엘 에리언은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부채 문제의 해결을 미루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켜 위기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전체로 전이시키는 꼴"이라며 "안 됐지만, 나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쁜 선택이란 그리스의 부담 일부를 투자자들이 떠 안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좀 더 나은 비용분담 방식으로, 그리스 사람들이 더 많은 부담을 나눠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몰린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손실 감수)는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도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앤드류 콜커혼 피치 아시아태평양 디폴트 부문 대표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이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차환(롤오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디폴트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 에리언은 그리스 채무조정 과정에 민간이 참여하는 데 대해 "지금까지는 여론이 그리스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그리스인들인 만큼, 이제는 그리스 의회나 EU, 유럽중앙은행(ECB)은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국들이 내심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꺼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부담을 EU 전체가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엘 에리언은 그리스가 맞은 위기를 2001년의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에 비유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에 빠졌지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를 펀더멘털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로 인식해 투자 기회를 엿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엘 에리언은 유로존이 1년 넘게 그리스 사태를 다루고 있지만,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과도한 부채, 나머지는 성장 불능 문제다. 그는 "이 두 가지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며 시장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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