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보상금, 사태 종료 2달 넘도록 50%만 지급

1조8000억원 중 9000억 지급, 피해 농민 고통 심화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휩쓴 구제역 사태가 종료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피해농사 보상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아 피해 농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해 사실상 구제역 사태의 종료를 선언한 지 2달이 넘었지만 아직 구제역 보상금 지급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2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구제역 보상금으로 모두 1조8617억원이 쓰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까지 구제역 보상금으로 지급된 돈은 모두 9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 보상금은 살처분 직후 40~50%가 선지급되고, 나중에 지자체 평가반의 조사와 평가가 완료되면 나머지가 지급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구제역 보상금 지급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구제역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번 구제역의 경우 발생 기간의 장기화로 매몰 농가 및 매몰 두수가 많았으며 긴급매몰 과정에서 매몰두수와 체중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보상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구제역 보상평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보상금 신속지급 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26일 각 시·도에 시달했다.

보상금 신속지급 방안의 주요 내용은 △돼지 소규모 매몰 농가 두수 산정 간소화 △한우 체중 실측자료 제공 △지자체 보상평가 인력 보강 지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구제역 발생으로 기르던 젖소 107마리를 모두 살처분한 축산 농민 A씨는 “정부의 보상급 지급이 지연되면서 소를 넣지 못해 축사가 비어있고, 수입이 없어 빚을 내 생활하고 있다”며 “정부는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축산 농가에만 전가하지 말고 시급히 구제역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