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통상 가계부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최근 발표된 개인부채도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은 통화정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를 계속 올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자칫 속도 조절을 잘못하면 '눈덩이' 이자에 짓눌린 가계가 대거 파산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과의 괴리’논란 속에서도 3.00% 기준금리 동결기조를 유지해왔던 한은 금통위가 6월 금리를 3.25%로 확정하면서 이 같은 고민은 더 욱 커졌다.
앞서 동결론이 우세했던 시장의 전망을 뒤엎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 가계부채 총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한국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결과는 결국 예고된 역기능을 야기했다. 높아진 기준금리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거의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27∼6.57%로 고시해 지난주보다 0.10%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20일 현재 4.86∼6.30%와 5.16∼6.56%로 지난주 초보다 각각 0.07%포인트 올랐다. 급증한 이자만큼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 비중도 덩달아 높아졌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해 가계 건전성을 높이려고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가계의 상환능력이 치약해지고 건전성을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에 김 총재는 최근까지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고 언급하며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동요를 애써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실기론과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대안 부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은 통화정책의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기준금리’도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어 한은의 ‘가계부채’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LG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모두 1.25%포인트 상승했지만 장기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무렵 3.94%에서 지난 16일 현재 3.61%로 오히려 0.33%포인트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된 장기금리가 기준금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즉 기준금리의 힘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인상과 동결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가계부채’의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가계부채의 경우 부동산, 건설경기, 물가 등 사실상 국내 경기 전반의 문제와 맞물려 있어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준금리를 비롯한 한은의 금융정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금융 전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에만 메달릴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때문에 김 총재는 최근 재정부와 거시경제협의회 구성에 합의하고 다음달부터 가계부채 등에 대한 정책협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사실상 방관할 수 밖에 없었던 ‘가계부채 급증’을 뒤늦은 시점에서 어떤 정책으로 얼마나 수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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