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개동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연합뉴스 취재진은 24일 현장을 찾아 리모델링에서 빠진 ‘바’동이 지난 1978년 준공된 모습 그대로 단지 한편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동 옆에 바짝 붙어있는 단지 내 상가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장장 31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로 여느 신축 아파트 못지않은 전경을 자랑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바동과 상가만이 33년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 쓴 부조화스러운 풍경은 리모델링과 재건축으로 길이 갈렸기 때문이다.
동신아파트는 당초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지난 2004년 7월 말 리모델링으로 노선을 선회하고 8월 초 주민총회를 열어 재건축조합을 해산함과 동시에 리모델링조합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끝까지 리모델링을 반대했던 바동은 결국 별도의 재건축조합을 꾸리면서 나머지 동에서 떨어져나왔다. 단지 내에서 유일한 기역(ㄱ)자 구조의 동향 건물이라 리모델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홍경호 관리소장은 “바동은 구조적인 특성상 앞뒤로 늘리면 다른 집을 가리는데 옆으로 무한정 갈 수도 없어 리모델링이 어려웠다”면서 “또 남향으로 바꾸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는 재건축을 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바동은 지난해 7월 한라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나란히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상가 측이 감정평가 금액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신탁을 거부함에 따라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공사를 마친 뒤 조합원에게 돌아갈 건축물 및 대지 지분과 부담금 규모 등이 결정되지 않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정 동신재건축조합사무장은 “재건축 공사가 끝나면 바동 주변에 울타리를 둘러 다른 아파트로 갈 예정”이라고 말해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바동은 1동짜리 ‘외톨이’ 단지가 될 전망이다.
10년째 바동에 살고 있다는 박모(56.여)씨는 “얼마 전까지 이웃이었는데 이제는 남남이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재건축이라도 빨리 해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니 걱정”이라고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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