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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르네상스의 핵심 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주변의 용산민족공원과 연계해 용산을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중국을 오가는 5000t급의 크루즈호가 한강 뱃길을 타고 연일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서울 용산 이촌동 국제터미널은 관광 또는 업무차 크루즈호를 타고 한국을 들른 방문객들로 붐빈다.
터미널을 빠져나온 외국인들의 목적지는 두 갈래로 나뉜다. 관광을 온 무리들은 용산 민족공원을 가장 먼저 찾는다. 주한미군이 떠난 73만여평의 용산 미군기지는 이미 세계적 명소가 됐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견줄 만한 세계적 공원으로 재탄생해 이웃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고 있는 이들이 향하는 곳은 용산역 인근에 조성된 국제업무단지다. 도시 미관을 흐리던 철도정비창 부지(44만2575㎡)는 온데간데 없고 150층의 랜드마크 빌딩이 우뚝 솟아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 일대는 서부이촌동(약 12만4225㎡)과 통합개발되면서 국제업무단지로 자리를 굳혔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강남 테헤란로에 둥지를 텄던 외국계 회사들이 대거 이곳으로 이주해오면서 글로벌경제의 중심지로 급부상 중이다.
노후화돼 안전상 문제가 많았던 서울역에서 한강대교까지 5층 이하 주택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아름다운 빌라촌과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국제업무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직주근접이 가능해 최고의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일대 입주가 끝난 일부 주상복합 건물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가를 자랑하던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능가하고 있다."
2030년 개발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구상해본 서울 용산의 미래상이다. 남산이 '배개'요, 한강이 '마당'인 전형적 배산임수 지형을 지닌 용산. 오랜 세월 제 지형을 뽐내지 못하며 쥐 죽은 듯 숨어 지낸 용산이 비상하고 있다.
2001년 나온 용산 부도심개발계획을 시작으로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한강르네상스 계획 등에 이어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되면서 한껏 들뜬 분위기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각종 청사진이 마무리되는 향후 20년 뒤에는 강남을 제치고 서울의 '富동산 1번지'로 우뚝 설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100여년 주한미군에 안방을 내준 채 질 높은 삶을 보장받지 못했던 용산이 2030년 서울의 대표적 도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예상해본다.
◆용산 절반이 개발대상 = 용산은 교통·환경 등 입지상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대단위 개발계획이 더 이상 없는 강남과 달리 광역개발계획이 세워져 있다.
2001년 용산 부도심개발계획을 시작으로 나온 청사진은 지난 5월 국토해양부 산하 용산공원추진단이 용산공원 면적을 발표하면서 최종 규모가 확정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6년 반환예정인 용산 미군기지는 여의도 크기의 용산공원(242만6748㎡·73만5000평)이 조성되고, 일부 부지는 복합시설조성지구(17만9070㎡·5만4000평)로 지정돼 개발된다. 또 공원 주변지역(894만8008㎡·271만평)을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을 수립,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용산에서 이뤄지는 개발지도는 총 1155만3827㎡가 된다. 하지만 공원 주변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단국대 이전부지(13만5037㎡)와 숙명여대(효창공원길)를 잇는 숙명여대 주변 제1종지구단위계획(7만9090㎡)까지 합하면 전체 개발면적은 1177㎡로 용산 전체 규모(2187만㎡)의 절반이 넘는다.
공원 주변지역에는 대부분의 개발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철도정비창 부지 44만2575㎡와 서부이촌동 12만4225㎡를 통합해 총 56만6800㎡ 규모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심부에는 150층의 랜드마크 빌딩이 건립되고, 주변부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세워진다. 사업 대지면적의 40%는 도로와 공원, 학교, 문화시설, 공공청사 등으로 조성된다.
당초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는 2013년 완공, 150층 랜드마크 빌딩은 2014~2015년 건립될 계획이다.
한강변에는 국제터미널이 들어서고 유람선 선착장과 경제·문화 기반시설이 갖춰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중심축이다. 또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상업·문화시설을 한강변에 배치함으로써 시민들이 한강에 걸어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남재정비촉진지구는 용산구 보광·한남·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09만5800㎡ 규모로 5층 미만의 건물이 90% 이상인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이다. 재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닌 용산의 대표 주거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에 인접한 단국대 부지가 지난 2007년 8월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해 600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로 거듭난다.
◆용의 비상을 위한 숙제 = 개발이 한꺼번에 쏟아지다보니 여러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단 대부분의 개발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용산 민족공원은 미군부대가 이주하는 시기를 2012년으로 잡았으나 2016년으로 4년 미뤄졌다. 그만큼 공원 조성사업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용산 개발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핵심사업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 1월 착공에 들어가야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직까지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착공 시점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각종 개발 청사진에 지분값이 너무 오른 것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 부담이다. 지분값 상승은 보상비 증가 원인이 돼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용산역세권 개발이 일례다.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역세권 개발계획이 확정된 2006년 이후 용산구 일대 집값이 급등했다. 2007년께 서부이촌동 노후 다세대주택 지분은 3.3㎡당 1억3000만원대를 형성,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보상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땅값이 8조원에 이르지만 사업시행자 측은 높은 보상비로 인해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개발호재가 많아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한 용산 개발사업은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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