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조용한 카리스마’로 성공적인 최고경영자(CEO)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 CEO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보를 보이지도 않고, 현 정권과의 인맥이 두터운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 불거졌던 내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본인의 소신에 어긋나거나 신한금융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초 금융시장 재편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신한금융을 새롭게 이끌게 된 한 회장의 복심(腹心)을 읽어내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지난 3월 28일 한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메가뱅크’ 논란에 대한 한 회장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그는 “자산 규모를 놓고 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중요한 것은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분간 내실 경영에 주력하면서 덩치 불리기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을 발표한 후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될 때도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지난달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한 희망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한 회장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그룹 내 재무구조를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를 위한 차입금 중 남은 금액이 6조5000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내년 1월 3조7500억원을 상환해도 5조원 가량을 더 갚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조직 화합을 다지고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괜한 루머로 조직 흔들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다른 금융지주회사 회장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지주회사 회장 간담회에서 신한카드의 공격적인 영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한 회장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무조간 카드 영업을 억누르면 서민 고객이 대부업체 등을 전전하게 될 수도 있다”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취임 당시 “신한금융의 맏형으로서 함께 꿈꾸고 따뜻하게 보듬겠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가슴을 터놓고 지혜를 모으자”고 당부했다.
30년 이상 신한맨으로 살아온 그가 지난 아픔을 치유하고 신한금융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조직 내부의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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