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이전에 KB금융지주의 블록세일(대량 매각)이 예정돼 있는 데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 금융권 현안이 많아 기업은행 지분 매각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기업은행 지분 매각에 관한 수요 조사 후 22일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나 불발됐다.
이날 재정부가 매각을 시도한 지분은 약 8.4%(4580만여 주)로 21일 종가(2만550원) 기준 9412억원어치에 육박했다.
최대 4%의 할인율도 제시됐지만 투자자들의 매수 의지 부족 등으로 일부 해외주관사가 거래 연기를 요청하면서 거래는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정부가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만 서둘렀다는 지적이 일었고 기업은행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재정부는 현재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로 3월 31일 현재 65.1%(3억7458만338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정책금융공사(8.91%), 국민연금(3.28%), 한국수출입은행(2.29%), 미래에셋자산운용(1.07%) 등이 기업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하반기에 KB금융지주 블록세일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지분 매각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취득한 KB금융 지분을 3년 내에 처리해야 함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이를 매각해야 한다. 매각 물량은 약 9.05%로 24일 종가(5만1000원) 기준을 적용하면 2조원에 달한다.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확실히 부인한 데 따라 향후 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에 따라 규모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은행보다는 KB금융지주의 지분 매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이고은 연구원은 “은행들이 대부분 오버행(물량 부담) 이슈들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분 매각에는 수급 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기간을 정해놓는 것부터 매각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민영화 등 금융권에 굵직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민영화는 추진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지분 매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2014년에 예정돼 있다.
정부가 블록딜 추진에 나선다면 매각 주관사 변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매각 주관사는 현재 삼성증권, JP모건, 메릴린치,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방향 정립부터 세워놓은 다음 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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