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여서 어떤 대리점에서는 가입 대기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였다.
지금은 없어진 신세기통신, 한솔텔레콤까지 포함해 이통사 5개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지만, 이통사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히 찰 정도로 돈벌이가 쏠쏠했다.
이 당시 이통업계 1인자 SK텔레콤의 대리급 연봉이 5000만원대을 웃돌았다는 것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사내 복지도 ‘빵빵’했다. 여름 휴가 때면 가족 동반 해외여행 경비까지 대줬을 정도였다.
그랬던 이 회사에 요즘 구조조정 바람이 쌩쌩 불어 오고 있다. 한 여름 무더위를 식힐 정도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일자로 회사를 2개로 나누는 분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지금의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사업만 맡고, 나머지 콘텐츠와 서비스개발 부문은 별도 자회사로 둔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4500명 직원 가운데 약 700명 가량이 분사 회사로 옮길 전망이다.
그런데 중요한 대목은 분사를 통해 회사측이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소문이다.
이달 들어 직원들 수백명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수 차례 '기습 시위'를 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직원들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분사 과정에서 자발적인 퇴사 등은 나올 수 있겠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SK텔레콤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성장 여력이 한계에 달한 통신 서비스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이동통신업계가 구조조정이란 카드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었다.
KT의 움직임도 지켜볼 만하다
KT도 지난 17일부터 근속 2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8일 심의절차를 거쳐 30일에 퇴직발령을 낼 예정이다. 퇴직자는 6개월치 임금을 받게 된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대목은 이번 명예퇴직 조치가 조만간 있을 KT 조직개편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T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가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이다.
KT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계속적인 인하 압박을 받고 있고, 비통신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서 나오는 결과”라고 털어 놨다.
LG유플러스도 경쟁사들의 이 같은 구조조정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황금 주파수’라 불리는 2.1GHz 대역을 확보하게 돼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이통 3사중 시장 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그렇다.
더욱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월 데이콤, LG파워콤을 흡수합병했기 때문에 조직과 인력의 중복이 많다고 안팎에서 자주 지적돼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참에 과감히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 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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