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금융당국 관계자와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인사 50여명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 모여 그리스 사태 해소를 위한 민간 참여 방식을 논의했다.
◇'브래디플랜' 닮은꼴 '프렌치플랜'
비토리오 그릴리 이탈리아 재무장관이 주도한 논의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프렌치플랜'이 화두로 올랐다.
로이터가 프랑스 정부 소식통을 통해 전한 프렌치플랜의 얼개는 금융권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 가운데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70%를 재투자(차환·롤오버)하는 것이다. 50%는 30년 만기 그리스 국채로 바꾸고, 나머지 20%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가 발행하는 'AAA' 등급의 제로쿠폰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는 1989년 니콜라스 브래디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 남미를 구제하기 위해 내놓은 '브래디플랜'과 닮은꼴이다. 브래디는 이를 통해 남미 국가들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고, 미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브래디본드를 발행토록 해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그리스의 채무는 모두 3400억 유로로 이 중 2014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1000억 유로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BNP파리바의 익스포저 규모가 50억 유로로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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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그리스 익스포저(단위: 10억 유로/출처: 이코노미스트) |
BNP파리바 등 프랑스 금융권은 이미 프렌치플랜에 합의했다. 또 다른 유럽 은행들도 그리스가 다음달 국가부도를 면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 5차분인 120억 유로를 지급받는다면 프렌치플랜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120억 유로를 지원받으려면 그리스 의회가 정부의 새 긴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30년이나 되는 차환 기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독일 은행 고위 인사는 FT에 "프렌치플랜에 동의할 수 있지만, 30년은 너무 길다"며 "차환기간을 15년으로 할지, 10년 또는 5년으로 줄일지 여부를 다음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금융권은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무장관 긴급회동에 앞서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FT는 금융권이 프렌치플랜을 받아들여 자발적 차환에 나서도 그리스사태가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은행들의 익스포저가 그리스 전체 채무의 27%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그리스 채무 중 가장 많은 43%가 자산운용사, 국부펀드, 외국 중앙은행 등에 노출돼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EU 및 IMF가 각각 14%, 16%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유럽의 한 유력 투자자는 "이성적인 투자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하자는 데 동의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렌치플랜 수용해도 '디폴트' 간주
때문에 FT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민간은행들의 프렌치플랜 수용도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앤드류 콜커혼 피치 아시아태평양 디폴트 부문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도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S&P도 투자자들이 차환에 나서도록 꾀는 어떤 인센티브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차환을 수용해도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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