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77)은 28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문화재정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의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문화자본의 중요성과 문화재정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이제는 사랑, 존경, 자기만족이 이윤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문화자본을 갖지 못하는 계층이 생기고, 문화귀족이 나오면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문화자본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정책의 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재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문화 관련 예산은 3조4500억원으로 전체 재정의 1.12%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권 때 처음으로 1%를 달성한 이후 12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장관은 "우리 사회에는 1℃ 모자라 끓지 못하는 부문이 많다"며 "이미 99%가 만들어진 분야에 문화부가 1%를 도와주면 끓을 수 있다. 예산을 2%만 늘려줘도 20%를 올려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때 신무기인 기관총이 등장했지만 지휘부가 이전 형태의 전투방식인 일렬대오를 고집했다가 많은 엘리트를 잃었고, 결국 국력이 쇠퇴하게 됐다"며 "문화정책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이유로, 빨리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에 밀려 문화부 예산이 가장 먼저 깎이곤 하는데, 생선을 주는 게 사회복지라면 생선을 잡는 요령을 알려주는 게 문화복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빌려 신체자본, 물적자본, 제도자본 등으로 구성된 문화자본의 세 가지 형태를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은 "교양과 어릴 때 본 그림 같은 집안 분위기 등 신체자본은 수학적으로 계량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집안을 예로 들었다.
치과의사인 저커버그의 아버지가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무통치료'를 내세운 것을 소개하면서 저커버그는 이런 집안의 교양을 상속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사람들은 페이스북만 부러워할 뿐 저커버그가 집안에서 어떤 문화자본을 물려받았는지 주목하지 않는다"며 "사회가 세 살까지만이라도 어린이의 지식, 교양 등을 배려한다면 더욱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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