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국제 무역협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개별 국가 또는 지역경제권과의 FTA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인구 5억의 거대시장 EU와의 무역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 간의 이런 움직임은 다음달 1일 한·EU FTA가 공식 발효됨으로써 첫 결실을 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한국의 전자 및 자동차 부품, 유럽의 제약 부문 등이 이번 FTA를 통해 수혜를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의 럭셔리제품과 와인 등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비준이 늦춰지는 데 대해 한국과의 교역에서 유럽에 경쟁력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의 FTA는 아시아 진출 본보기…EU의 FTA 중 가장 중요"
AP는 EU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EU FTA가 앞으로 아시아에서 추진하게 될 다른 무역협정들의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EU FTA의 EU측 교섭대표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는 "한·EU FTA는 지금까지 EU가 추진한 협정 중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과의 FTA가 EU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 간 FTA의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FTA 협정안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FTA 협정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U는 한국과의 FTA를 마무리지은 데 이어 현재 인도 및 싱가포르와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또 아시아 2위의 경제국인 일본과의 FTA 협상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AP는 한국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해왔다면서, 한·미 FTA의 경우 한·EU FTA보다 일찍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하지 않는다면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의회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바 있다.
◇"유럽, FTA로 미국보다 한국서 우위 점할 것"
블룸버그는 이번 한·EU FTA로 한국의 관점에서는 유럽시장이 미국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의 대(對)EU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한항공을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으면서 홍콩 항공인 캐세이패시픽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은 대신 프랑스로부터 루이비통 등 럭셔리 제품과 보졸레누보 등 와인의 수입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시장에서는 독일 화학기업 BASF와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이 미국 경쟁 회사보다 앞서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한·EU FTA로 자동차 부품과 제약, 카메라와 시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정밀 기계부문이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는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화물 운송량이 전년대비 9% 늘어날 것이라며, 그 중 아시아와 유럽 사이 무역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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