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무용지물 5%룰 위반자 알려야

(아주경제 서진욱 기자) 증권거래법에서 개정돼 자본시장법에 담긴 주식보유상황보고의무(5%룰)는 이전보다 규제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5%룰을 보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발행주식대비 1% 이상 증감 또는 담보설정 시 5거래일 안에 금융당국에 알려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를 고의적으로 어긴 것으로 판단할 경우 검찰 고발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법 조문만 보면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 모두가 무서워서라도 잘 지킬 것 같다.

그러나 5%룰 위반 사례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 200여개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자금조달 자문을 해줬다는 C씨는 "코스닥 회사 대주주 10명 가운데 9명은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이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볍게 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코스닥 E사 대주주 측은 최근 구체적으로 시기를 알 수 없으나 3~5월 사이 지분율이 60%에서 28%로 줄었다고 뒤늦게 밝혔다. 운영자금을 차입하면서 담보로 잡혔던 지분을 채권자가 반대매매한 데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E사 대주주 측은 2010년 11월 1% 이상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실도 주식이 반대매매된 뒤 반년 만에 알렸다. 코스닥 S사 공시담당자도 "수년 전 맺은 주식담보대출 이번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가 5%룰 위반에 해당됐다.

문제는 법 위반 이후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공시 의무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형사 고발을 당한 경우에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5%룰을 어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허점 탓에 위반 사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할 방법은 간단하다. 금융당국이 정기적으로 5%룰 위반자를 모아 알리면 된다. 위반자에게 공시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다. 다만 위반자 다수가 개인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취합해서 알리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제도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한낱 문장에 불과할 뿐이다. 쓰지 않는 칼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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