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전례가 없었던 데다 한나라당이 자율표결 방침을 밝힌 만큼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해 본회의 안건 상정 자체가 되지 않으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달 10일까지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재판관 8명만으로 헌법재판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재판의 파행 운영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헌재 연구관은 “평의를 열 수 있는 정족수는 재판관 7명이므로 당장 재판절차를 진행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지만, 위헌결정을 하기 위한 정족수가 재판관 6명임을 고려할 때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사건은 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헌재 연구관은 지난 2006년 지명절차를 둘러싼 법적 하자 논란으로 4차례나 본회의 상정 무산이라는 극심한 진통을 겪고 103일 만에 지명이 철회됐던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례를 들었다.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3년간 재직하다 사퇴하고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하게 돼 있는데, 재판관직을 사퇴한 전 후보자는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임명에 진통을 겪었다.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로 지명통보를 받았고 임기 문제와 관련해 사직서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받은 뒤 사퇴했다”는 답변을 한 탓에 `헌재의 독립성을 지킬 능력이 없다’는 비판이 일어 파문이 확산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와는 별도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원점부터 다시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 속에 국회 표결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지명을 철회한 적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