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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팀장 |
2008년 10월 30일. 전 세계 하늘을 주름잡던 노스웨스트항공과 델타항공이 1년간의 비공식 협의 끝에 마침내 합병했다.
3위였던 델타항공과 5위인 노스웨스트항공의 당시 합병은 지방 자회사까지 포함해 모두 1000여대의 항공기, 하루 6000여개의 출발노선 등 세계 최대 항공사로 출범했다.
양사는 모두 국내·국제노선을 각각 갖추고 있었지만 생존을 위해 합병할 수밖에 없었고, 합병 이후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15% 이상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했다.
2011년 6월.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법정관리 중인 JAL(일본항공)과 ANA(전일본공수)가 국내선 합병을 논의 중이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항공 이용객 수가 크게 감소하자 일본 항공업계 1위와 2위인 JAL과 ANA가 생존을 위해 국내선 통합 운영을 추진 중이다.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이지만 생존을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토 신이치로 ANA 사장은 "JAL이 지난달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며, 항공사 간 진흙탕 전쟁이 재현될 수 있다"면서 양사의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외국 항공사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등 미래전략 개발에 부심한 가운데 동북아 대표주자인 대한항공 역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동북아 항공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6년 연속 세계 1위에 오른 화물부문에 비해 여객부문은 13위에 머물고 있어 해당 부문에서 10위권으로 진입하는 게 바로 그것.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2018년까지 총 68대의 신형 항공기를 도입해 항공기 운영 대수를 180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A330 최신형 항공기도 이미 2대나 구매했고, B777-300ER 항공기 3대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행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 같은 미래 비전과 성공의 이면에는 오너 경영자인 조양호 회장의 남다른 결단력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01년 9·11테러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며 A380 개발에 따른 성공 가능성에 과감히 투자했다.
대부분 외국 항공사들은 경영위기가 닥치면 단기간의 수익에 급급해 구조조정 등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조 회장은 공존과 미래전략, 비전 등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가치투자'다. 이러한 그의 '가치경영'은 한때 동북아 최대 항공사를 지향하며 대한항공과 경쟁관계였던 일본항공(JAL)이 파산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조양호 회장의 가치경영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0∼80년대에 국적 항공사로서 '우리의 날개'라는 자부심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누볐다. 아울러 세계 어디라도 내집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슬로건과 네이밍으로 대한민국 항공계를 이끌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기를 극복한 대한항공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항공사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아주경제 이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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