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잠시 주춤했던 소비자물가가 6월 들어 4.4% 상승하는 등 가공식품과 외식비를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상반기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농산물은 평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삼겹살과 돼지갈비, 자장면, 김치찌개 등 외식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설탕, 밀가루 등과 같은 가공식품 가격인상이 시차를 두고 다른 가공식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반기 예정돼 있는 공공요금 인상도 서민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복병이다.
당초 정부는 오는 9월쯤엔 물가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과일 등 제수용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소득이 회복되면서 당분간 수요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또 외식비는 다른 품목에 비해 하방경직성(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음)이 강하고, 여전히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물가정책 여건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 돼지고기 가격, ‘심상치 않네’
“그래도 삼겹살은 국내산을 먹어야 하는데…”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삼겹살은 이미 '금(金)겹살'이 된지 오래다.
게다가 물가 관련 전문가들은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들의 ‘독특한 심리’ 때문에 당분간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냉동 삼겹살보다는 냉장 삼겹살을, 냉장 삼겹살은 무조건 국내산으로’ 먹어야 한다는게 국내 소비자들의 보편된 정서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삼겹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굉장히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경기가 안좋아도 최소한 삼겹살만은 국내산 냉장으로 먹자는 심리가 있어 수요를 더욱 늘린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주요 외식 품목별 가격 상승률 추이’를 보면 삼겹살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비 3.0%, 올해 1월 4.5%, 2월 11.3%, 3월 12.8%, 4월 13.5%, 5월 14.5%, 6월 16.6%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실제로 삼겹살은 냉동보다는 냉장이, 냉장 가운데 국내산 매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삼겹살 전체 매출 가운데 냉장 삼겹살은 72.8%, 냉동 삼겹살은 27.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돼지고기 군납물량을 소고기로 대체하고, 수입 냉장 돼지고기를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등 시중 공급물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9일부터 2만t 규모의 물량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국내산 냉장 삼겹살을 고집하고 있는 만큼 공급물량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고, 휴가철 등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 공공요금 인상폭 얼마나 될까
하반기 물가의 최대 변수는 바로 공공요금 인상폭이다. 당장 이번달에 지식경제부는 전기료 인상계획을 발표한다. 가스는 7~8월 도매요금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가스공사가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는 9월에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또 도로통행료와 철도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버스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수도권은 2007년 4월 이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한 15.1%내에서 올리는 방안이 제시돼 150원씩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해외 석유 생산국들이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을 풀었다고는 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미미했다. 지난달 넷째주에는 배럴당 101달러선까지 떨어졌었지만 마지막 30일에는 다시 106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100원 인하하기로 했던 기한이 오는 6일 종료된다는 점도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9월쯤이면 물가상승률이 상당부문 완화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예상대로 물가를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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