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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백운갤러리에서 이충희 대표(왼쪽)와 재불화가 한미키화백이 한화백의 누드드로잉작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디,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죽을 때 싸들고 갈 것도 아니잖아요.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는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쓸 생각입니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에트로의 한국 사령탑인 이충희 듀오 대표(56)와 재불화가 한미키(65)는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했다. 3일 서울 청담동 에트로 한국총판 빌딩에 있는 백운갤러리에서 만난 이 대표와 한 화백은 '나눔과 감사'에 대한 인생철학이 같았다.
이 대표가 "기부하면 마음이 행복하다"고 하자 "기부하면 잠잘 때 웃는다"고 한 화백이 응수했다.
패션사업과 화가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은 '예술과 기부'라는 '행복한 일'에 동행하면서 서로에게 멘토가 됐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전재희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1억원 이상 기부한 이들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기부왕'으로 유명한 이 대표가 한 화백의 작품을 먼저 알아봤다. 그림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는 이날 기부자에게 주는 선물 중에서 한 화백의 데생 작품을 골랐다. 이날 한 화백은 2009년 '사랑의 열매'에 데생 작품 100점을 쾌척, 판매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면서 '사랑의 열매' 재능기부자로 참석했다. 한 화백이 "내 작품을 국가와 불우이웃에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화가들을 직접 만나보니 작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높은데 경제감각이 무디더군요. 그림도 돈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작업하는데 경제적으로 안타까운 화가들을 프로모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대표는 국내에 낯선 한 화백을 위해 아트마케팅에 나섰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15일 햐얏트호텔에서 에트로 자선패션쇼를 열어 한미키의 대형 작품을 행사장에 전시하고, 5월에는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쓸 계획"이라며 "한미키의 작품을 아트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년간 파리에서 체류하며 활동하고 있는 한 화백은 현재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3년 전 한 경매회사에서 작품이 소개된 후 국내에도 알려진 한 화백은 2006년 프랑스 그랑팔레 르 살롱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피카소와 마티스를 배출한 100년 전통의 프랑스 최대 미술전시회인 살롱 드 오톤에서 회화부문 최고점수를 받고, 2008년 그랑팔레 데생 국제전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등 파리에서 데시나스트리스(데생 전문화가)로 알려져 있다.
'신입체파'로 불리는 한 화백의 작품은 인체의 움직임 속에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고 잡아내는 '누드 드로잉'이다. 한 화백은 "사람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며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국에 돌아와 자유롭게 작품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한 화백은 "현재 데생 1만여점, 유화 2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들에게 작품은 생명보다 중요하다고 하지만 내 작품을 불우이웃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모두 기부하겠다"고 전했다.
'기부 왕' 이 대표와 한 화백은 "예술은 나눔과 감동의 행복이 아니겠느냐"며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대표는 "사회에서 받은 만큼 환원하여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념 아래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4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또 매월 372만원을 고아원, 장애인시설, 사회복지공동모급회 등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해오고 있다. 지난 2007년 엩로 국내 론칭 15주년을 기념한 패션쇼에서는 2억원의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기부활동으로 이 대표는 2008년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조르조 나맅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코멘다토레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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