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학의 리더인 스테판 P 로빈슨과 티모시 A 저지 교수는 자신들의 저시를 통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조직원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리더로 꼽았다.
세계 5위(2010년), 세계 최대 중국 시장 3위(2010년), 자동차의 메카 미국 시장에서 5위(5월)…. 10년 전 해외 언론의 웃음거리였던 현대·기아가 세계 자동차 시장 무대의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올라선 것은 이같은 정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명' 중 1명으로 선정됐다. 이 잡지는 지난해 1월에도 정 회장의 성공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다룬 바 있다.
미국 유력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역시 지난해 정 회장을 '2010년 아시아 최고의 CEO'로 선정했다. 북미에서는 앨런 멀랠리 포드 CEO, 유럽에서는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을 정 회장과 함께 지난해 자동차 업계를 이끈 '3인'으로 꼽았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정 회장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도전 속에서도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현대차 브랜드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며 "품질 면에서 꾸준하면서도 획기적인 향상을 이룩했고 미국 경영진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일찌감치 정 회장을 주목한 언론도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미국 비즈니스위크지가 자동차부문 올해 최고의 CEO로 선정했으며, 홍콩 아시아머니지 역시 2004년 한국의 베스트 CEO로 그를 꼽았다.
세계적인 대학의 경영학 석학들도 현대·기아와 정 회장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성공사례를 조명한 데 이어, 하버드대학에서도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곧 현대차의 성공 사례를 다룰 예정이다.
정 회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의 취임 한 해 전이던 1998년 "우주선 조종석에 현대차 로고를 붙이면 조종사가 깜짝 놀랄 것"(美 CBS 데이비드 레터맨쇼), "1인용 썰매를 미국에선 현대라 부른다"(NBC 제이 레노쇼) 등 쇼 프로의 웃음거리가 됐던 현대차는 어느덧 "다른 어떤 업체들보다 큰 위협이 되는 막강한 존재"(월스트리트저널)로 성장했다.
특히 현대·기아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난해는 뉴욕타임스가 "사람이 개를 물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이룩한 정 회장의 리더십을 크게 다뤘다. 포브스와 포춘지도 "정 회장이 현대 기아차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는 1976년 첫 독자디자인 제품 '포니'를 해외 수출한 이래 줄곧 '싸고 좋은 차'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변방'에 머물렀다. 1980년대까지 현대차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은 현재 중국의 '체리'나 인도의 '타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능성만 존재했을 뿐 성능·품질에서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일본·유럽 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9년 정 회장의 취임 이후 '품질 경영'을 통해 회사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더욱이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발빠른 전략으로 세계 13위에서 세계 5위까지 도약하게 한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때맞춰 불어닥친 2008년 말 GMㆍ크라이슬러ㆍ포드의 ‘미국 빅3’를 뒤흔든 글로벌 금융위기와 올 3월 도요타ㆍ혼다를 휩쓴 동일본 대지진은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의 메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첫 점유율 10%(5위)로 이끌었다.
현대·기아의 약진을 애써 외면해 온 일본 언론이 "올해 도요타와 현대차가 3~4위를 다툴 것"(니혼케이자이), "쏘나타·아반떼가 소비자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아사히)라며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때늦은 감이 있다.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현대·기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최근 "중국 토종업체는 현대차의 10년 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현대·기아의 최근 10년 성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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