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3일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또 격돌했다.
손 대표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 민주당의 당론인 햇볕정책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지 이틀 만에 두 사람이 `장외' 공방을 벌였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희망 2012' 출범식에서 "굶어 죽지 않을 권리, 치료받아 죽지 않을 권리 등 북한 동포들의 원초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및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지난 10년간 포용정책이 갔던 길"이라고 말했다.
개혁과 개방을 위해 북한을 설득해야 하지만 인권과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인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우리는 북한 인권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실천적 해법을 갖고 있다"며 "민주정부 10년간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가져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출범 5주년 행사가 열린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연단에 올라 대북정책 기조를 피력하는 등 정통성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경기지사로 있을 때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경기도에서 평화축전도 개최했다. 북한에 직접 가서 벼농사 시범사업 행사도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해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재단 이사인 이부영 전 의원은 "우리 당에서 때로는 대표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곤란함을 겪는 것을 본다"며 "손 대표에게 약이 되고 득이 되면 됐지 손해 안 난다"고 손 대표를 편들었다.
당내에선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간 충돌의 여진이 이어졌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손 대표는 지금이라도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한 교묘한 폄하를 멈추고 역사공부부터 새로 하라"며 "그것이 어렵다면 민주당의 정신을 훼손하려 하지 말고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도로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희망 2012' 출범식에서 "오로지 햇볕정책이 있을 뿐"이라며 "원칙 있는 햇볕정책이냐, 원칙 없는 햇볕정책이냐의 다툼으로 마치 당내에 정체성 혼란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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