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아시아 외교맹주 광폭행보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중국이 동아시아 외교중심축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이 얽혀 있는 한반도평화문제,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문제, 대만과의 경제적 통합문제, 베트남과의 남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문제에 있어서 반목과 갈등의 과정을 거쳐 평화적 타협점을 찾는 외교적 성과를 내면서 지역 맹주로서의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4일 방중한 민주당 손학규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면서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대화와 협상의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입장과 보폭을 맞췄다. 시 부주석은 "6자회담이 열려야 하며 각 측에 설득 노력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중국측이 한국은 물론 북한 미국 등 각국에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이어 시진핑 부주석은 "한반도에 있어서 불안 요소가 상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사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벌어진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관련된 중국의 태도에 대해 우리나라측이 보인 불만에 대한 답으로 해석된다. '사심이 없다'는 표현을 강조해 중국이 처한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앞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5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맞아 "중국은 일관되게 북중우의를 굳게 지키고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라면서 북한측과 보조를 맞췄다. 북중관계 강화 차원에서 ▲ 고위층 교류 강화 ▲ 당ㆍ국가 관리 경험 교류 ▲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확대 ▲ 문화ㆍ교육ㆍ체육 교류 심화 ▲ 국제 및 지역 정세와 중대 문제에 있어서 소통ㆍ협조 강화 등의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후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황금평과 나진선봉지구에서 북중 양측이 공동으로 착공식을 개최하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나라와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양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과 달리 중국은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한반도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중국은 우리나라에게는 중국내수시장 개방을 매개로, 북한에게는 경제원조를 매개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우선 지난9월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한때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던 중국과 일본의 외교수장이 만나 4일 양국 간 협력 강화 원칙을 천명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과 마쓰모토 타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무상은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을 했다.

양측은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구조 및 재건 과정에서 양국 정부와 국민이 적극적인 협력을 한 점이 중일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양 부장은 “양국이 동중국해와 관련한 원칙과 공통 인식을 실천해나감으로써 양호한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한다"면서도 "댜오위다오는 명백한 중국의 영토"라고 천명했다. 대지진 복구작업이 최우선과제인 일본으로서 중국과의 마찰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댜오위다오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만과의 경제협력 역시 순조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ECFA(양안경제협력협정)가 체결되면서 대만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종횡무진할 수 있게 됐으며, 특히 지난달부터는 중국인들의 대만관광이 허용됐고, 대만의 여행업계는 중국특수를 누리고 있다. 규모를 앞세워 대만과의 경제적 통합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고위관료들의 입을 빌어 정치적인 통합마저 거론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난사군도영토 분쟁으로 최근 극한 대립을 하던 베트남과도 지난달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지난달 25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베트남 지도자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호 수언 선 외무부 차관과 베이징에서 회동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합의했다. 이로써 중국으로서는 ‘자유항행의 보장’을 명분으로 베트남과 필리핀을 도와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려는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다는 면에서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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