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6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과 관련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을 이틀 여 앞둔 시점에서 불참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이같은 결정은 내린 이유로는 막대한 투자금과 시너지 효과 미비, 경기 불확실성 등이 꼽히고 있다.
우선 인수 후 투입될 60조원 규모의 막대한 투자금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내부적으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연간 3조~4조원이 넘는 투자를 필요로 한다. 생산라인 하나를 새로 만드는 데만 4조원이 든다”며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향후 10년간 최소 6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의 주력 사업 간 공통점이 거의 없어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점도 현대중공업의 인수 포기의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이라는 청사진을 내세우며 현대중공업이 추진 중인 태양광 산업과 반도체 공정의 연관성을 거론했지만, 이런 논리는 ‘짜 맞추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선업과 반도체 사업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기 때문에 두 사업이 동시에 불황을 겪게 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기변동 주기를 볼 때 중공업과 반도체 산업 간의 상호보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채권단은 지난달 21일 하이닉스를 공개경쟁 입찰절차를 통해 매각하기로 하고 다음달 중 우선협상자를 가려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매각에서는 신주발행 등 적극적인 매각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였던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번 매각에 난항을 겪게 됐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LG·SK 등도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LG는 전자산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반도체 사업 진출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고경영진이 수차례 ‘하이닉스 인수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SK 역시 중국사업의 시너지와 내수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지만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에 연관됐던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분명 매력적인 기업이지만 호황과 불황의 폭이 큰데다 투자비용도 매년 수조원에 달할 정도”라며 “국내 대기업들도 인수대금 외에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때문에 쉽사리 인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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