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정위기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세 나라는 모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리스는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었던 재정긴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고조시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했지만, 그리스를 구제하기도 전에 포르투갈이 그리스의 전철을 밟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구제금융 논란과 디폴트 위기가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르투갈 국가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무디스는 이날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aa1'에서 'Ba2'로 낮췄다. 이로써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은 한꺼번에 네 단계 추락, '정크(junk)' 수준이 됐다. 무디스는 향후 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매겨, 추가 강등 여지도 남겨뒀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포르투갈이 두 번째 구제 금융을 요청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르투갈이 정부지출 축소와 증세 등 각종 난제 때문에 EU·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약속했던 재정적자 감축 및 부채 안정화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내에서 무디스로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두 번째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토마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투자자들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신규 민간 부문의 대출도 어렵게 할 것"이라며 "포르투갈이 적정비용을 치르고 자본시장에 접근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스페인·이탈리아로 전염 공포 확산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포르투갈은 지난 5월 EU와 IMF로부터 78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6년 만에 우파 정부를 맞게 된 포르투갈은 위기 해결을 위해 재정긴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PSD)의 페드루 파소스 코엘류 신임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제금융 협상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할 것"이라며 "엄격한 긴축정책을 시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르투갈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국가 부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국제사회는 포르투갈이 IMF 등 외부의 지원 외에 세수 확대와 지출 감축, 국유자산 매각 등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포르투갈이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추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것은 물론 국가 부도로까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외에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의 재정 상황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오후 5시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4539달러 대비 1% 가까이 떨어진 1.4429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6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8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는 소폭 반등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