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기업은 채권단이 정한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 시한인 8일 오후 4시까지 결정해야 한다.
하이닉스가 자산 16조원, 매출 12조원에 달하는 데다 인수·투자 자금만 3조~4조원이라는 것이 거래가 성사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 그룹이 제시하는 가격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 내지는 추가 투자 규모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매각 또는 인수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적지만 현대가가 마지막 남은 옛 계열사인 하이닉스를 품음으로써 2000년 이후 재계 1위 자리를 내준 삼성가(家)를 본격 추격하면서 '현대가의 영광'이라는 고토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9년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한 효성, 외환위기 이후 '빅딜'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떼줘야 했던 LG, 아날로그 반도체에 특화해 10년 만에 처음 지난 1분기 영업흑자를 낸 동부도 이날 공시를 통해 불참 의사를 못박았다.
그러나 풍문에 대한 공시 요청을 받은 STX와 SK가 시한으로 정한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각각 "SK와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 "STX그룹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혀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STX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실사 결과) 우리가 기대한 부분과 맞지 않는다면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중동의 국부 펀드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 무차입으로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조건부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로는 인수 참여 가능성이 있다거나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그룹이 반도체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반도체 산업 자체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해 상황 변화에 따라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 10년째 새 주인 찾는 하이닉스 = 하이닉스의 모태는 현대전자다.
1983년 창립된 현대전자는 1996년 기업을 공개하고 상장했으며 1999년 외환위기에 따른 정부의 유관산업 빅딜 정책에 따라 그 해 5월 LG그룹과 LG반도체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현대반도체(옛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으며 합병 당시의 차입금은 15조8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D램 값이 폭락하면서 다음 해인 2000년 12월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으며 국내 은행의 채무 조정을 거쳐 8월 현대그룹서 계열분리가 확정돼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채권단이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하고 최대주주가 현대상선에서 외환은행으로 바뀌었으며 감자를 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채권단은 그 와중에서도 2005년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현지 합작공장을 착공하고 경기 이천에 준공한 M10 공장에서 300㎜ 웨이퍼를 본격 양산하는가 하면 2007년 충북 청주 M11 공장을 착공하는 등 국내 업계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하이닉스를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금융기관 위주의 주주협의회가 10년간 연구·개발(R&D)이나 투자를 충실하게 집행해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의 지위를 굳히게 한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005년 7월 공동관리를 조기 종료키로 확정하고 2009년 9월 안내문을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이닉스 매각을 시도해왔다.
몇 차례 매각이 무산된 사례가 있었기에 현대중공업이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힌 6일에도 하이닉스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주협의회가 가진 지분을 파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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