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지역 발전을 몇백년 앞당기는 거죠."
3수 끝에 마침내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도 부동산 시장이 들끓을 조짐이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6일 강원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이 침체된 지역 부동산을 살릴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미 두 차례나 올림픽 문턱까지 갔다가 넘어진 만큼 이번에는 개최지 선정 전부터 '묻지마 투자자'가 몰리는 등의 과열 조짐은 없었지만 정식 발표가 나온 이상 조만간 본격적인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원도 평창군 P공인 관계자는 "어제까지 평창의 부동산 거래시장은 100%라고 믿었던 두번째 유치 시도가 무산된 이후 서로 눈치만 보는 '동맥경화' 상태였다"면서도 "하지만 다들 100m 달리기 선수들처럼 잔뜩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올림픽 유치 활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평창의 토지 실거래가가 20~30% 가량 떨어지고 경기장 예정 부지 가격이 절반 이상 폭락하는 등의 아픔을 맛봤지만 유치만 한다면 상황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기 수요의 물밑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서울에서 무슨 개발업체에서 동원한 사람들이 버스 2대에 나눠타고 내려와 알펜시아 등을 둘러보고 갔다. 발표 전부터 수도권 '떴다방'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라며 기획부동산 업체의 발빠른 움직임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미분양 사태에 시달리던 알펜시아 리조트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직전부터 투자 문의가 쏟아져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알펜시아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을 전후로 문의가 쏟아지고 실제 계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계올림픽 개최로 경기장, 선수촌, 프레스센터 등의 필수 시설은 물론 관광객을 겨냥한 숙박·오락시설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 같은 투자 움직임이 실제 거래로 이어져 지가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알펜시아 외에 사계절 내내 레저 수요가 이용할 수 있는 펜션, 별장, 레저시설 등이 많이 개발되면서 땅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의 개최로 땅값이 올라간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강원 지역의 지가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의 연도별 지가 상승률은 1987년 6.29%에서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27.47%, 이듬해인 1989년 31.97%로 2년 연속 폭등한 바 있다. 2002한일월드컵을 전후한 전국의 지가 변동률도 2001년 1.32%, 2002년 8.98%, 2003년 3.43%로 개최 연도에 유난히 오름폭이 컸다.
물론 여러가지 정치·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어우러져 당시 토지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기는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의 파급 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강원 지역 교통망을 대폭 개선시킬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손님 맞이를 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지지부진한 원주~강릉 복선전철과 춘천~속초 고속철도, 제2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강원 원주) 건설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 J공인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로 복선전철 등의 인프라 구축이 빨라질테니 강원도로서는 엄청난 이득을 보는 셈이다. 올림픽이 아니라면 취소될 가능성이 컸다"며 "정부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면 지역 발전이 몇십년이 아니라 몇백년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선전철이 연결되는 원주와 강릉 등 주변 지역도 평창 동계올림픽 덕분에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강원도는 원주~강릉 노선의 신설과 더불어 분당~여주 철도를 원주까지 연장해 사실상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까지 철도로 연결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강릉 H공인 관계자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호재"라며 반겼고, 평창 P공인 측도 "올림픽 유치로 복선전철 건설이 탄력을 받아 강릉에 큰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함 실장은 "올림픽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접근성"이라며 "고속철 등 교통 인프라가 올림픽을 계기로 업그레이드되면 강릉과 평창 등 해당 지역의 서울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니까 호재가 현실화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 유치 시도 과정에서 이미 상당수의 투자자가 평창 주변 토지시장을 기웃거리다가 '혼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평창 P공인 관계자는 "지주들이 올림픽 호재를 맞아 땅값을 올리려고 하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는 땅부터 먼저 팔릴테니 당장 지가가 급격하게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두번째 유치활동 당시 개최지 선정을 확신하고 평창 주변의 토지나 주택 등 부동산을 매입했던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매도 타이밍만 재고 있다가 이번 유치 성공을 계기로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팔아치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함 실장은 "전원주택이나 펜션 부지의 분양이 늘어날 텐데 일반 투자자들은 적정 가격이나 개발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며 "예전에 평창 부동산을 샀다가 이번 기회에 팔고 빠지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보여 새 투자자들이 '끝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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