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파키스탄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으로부터 "지난 90년대 말 북한으로부터 받은 로비 자금 300만 달러를 파키스탄 군부에 전달하고 북한에 이전할 수 있는 핵기술을 습득, 전달했다"는 증언과 관련 서한을 7일 보도했다.
WP는 "칸은 습득한 핵무기 기술을 북한에 전달했으며 이를 증명하는 당시 비밀 문서를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WP는 "영어로 된 이 문서는 1998년 6월15일에 작성되었으며 진짜로 보인다"는 정보 담당자들의 분석도 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한이 핵기술을 파키스탄으로부터 전수받았다는 의혹이 증명됐다고 WP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군부는 여전히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칸이 제시한 문서는 가짜이며 칸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고 핵기술을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들은 파키스탄 등 핵 보유 국가들의 무기 기술이 북한을 비롯한 테러집단으로 넘어갈까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 칸의 증언은 고위 관료를 매수해 핵기술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핵 기술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기술 이전에 관한 의혹을 놓고 6년전 칸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파키스탄 정부가 방해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의 조사 잠정 결과와 이번 문서 등을 종합할 때 파키스탄은 기술은 물론이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뇌관, 설계도 등까지 넘겨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자들도 이번에 처음 확인된 이 문서는 '300만 달러가 이미 파키스탄 군부 최고위 관료에게 전달되었음', '50만 달러와 보석류가 두 번째 관료에게 전달됐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북한의 노동당 비서 전병호가 서명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편지에는 또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에 합의된 문서와 부품 등을 전달해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편지에 300만 달러를 받은 사람으로 기재된 제항기르 카라마트 전 파키스탄 참모총장은 이 편지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카라마트는 WP에 "칸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남한테 떠 넘기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WP는 그럼에도 다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편지가 진짜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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