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전쟁"…누가 '여의주 하이닉스' 물고 승천하나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하이닉스 인수전이 SK그룹과 STX그룹 2파전으로 압축됐다. 역대 인수합병(M&A)에서 ‘오너의 인수의지’가 강한 기업이 대부분 승리한 만큼 하이닉스 인수 의지가 강한 기업이 이번에도 승리할 공산이 크다.

특히 최고의 흥행카드인 현대중공업과 LG그룹이 사라진 상황에서 오너의 인수의지는 승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최태원 SK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이 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강 전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하이닉스가 탄탄한 사업성과 막대한 자산규모를 가진 만큼 이번 인수전 결과에 따라 이들 그룹의 재계 순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덕수 회장, 변신을 시도하다

강덕수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M&A의 귀재’이다. STX는 2001년 출범당시 매출 2605억원에 불과한 회사였다. 하지만 10년 사이 매출은 22조원으로 9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같은 고속 성장은 모두 M&A를 통해 이뤄졌다.

강 회장의 M&A 전략은 △선택과 집중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 △저평가된 매물 선택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수 후에는 빠른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렇게 회수된 자금은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서 그는 스스로 세운 M&A 원칙을 무너뜨리는 파격을 시도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효과가 없는 하이닉스를 선택한 것이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이에 대해 “시너지효과에 대한 시각을 달리한 것”이라며 “경기 싸이클이 다른 업종을 보유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조선·해운에 집중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하이닉스를 인수함으로써 다각화해 리스크를 분산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인수 방법에도 변화를 줬다. 차입금이나 유상증자 등 기존 방식을 버리고 우량 자산 매각과 재무적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X는 STX엔진·STX중공업 등 이른바 ‘알짜기업’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는 두산이 과거에 인프라지원그룹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M&A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숨겨진 승부사’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것이 SK가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2005년 12조원 규모에 불과하던 SK의 수출규모는 2010년 30조원에 육박해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는 이 과정에서 M&A 등 외형성장 없이 기존 계열사들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통한 내적 성장으로만 이같은 결과를 이뤘다. 때문에 최 회장이 M&A에는 조회가 깊지 않다는 게 재계의 평가였다.

하지만 최 회장이 SK텔레콤을 키우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런 오해는 눈 녹듯 사라진다. SK텔레콤은 2001년 신세기통신,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잇따라 인수하며 10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국내통신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위치를 차지했다.

SK의 또다른 기둥인 에너지사업도 최 회장의 과감한 인천정유 인수로 줄곧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통신과 함께 컨버전스 영역을 개척할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역시 최 회장의 M&A기법이 묻어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SK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한번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중간에 번복이나 흔들림 없이 이뤄내는 성격”이라며 “중요한 의사 결정에 대해서도 옳다고 한번 판단이 서면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알짜기업’ 하이닉스…재계 판도 요동칠 듯

지난해 매출 11조9734억원을 기록한 하이닉스의 자산규모는 16조1000억원이다. 공정위가 집계한 ‘2011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을 제외하고 재계 순위 15위다.

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모바일 D램 분야는 스마트 판매 증가로 양호한 업황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경쟁업체들의 모바일 D램은 제조사들의 인증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라서 당분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양분하면서 충분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인수전 결과에 따라 두 그룹의 무게감도 달라질 전망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3위인 SK(97조원)가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2위인 현대차그룹(126조7000억원)과의 격차를 좁히고 4위 LG(90조6000억원)를 멀리감치 따돌릴 수 있다.

재계 12위인 STX(22조원)는 하이닉스 인수 성공시 한진(33조5000억원)·한화(31조7000억원)·두산(27조원) 등을 제치고 재계 8위로 수직 상승한다. 7위인 GS(46조7000억원)와도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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