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버리기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류충민 박사

장마 속에서 녹음의 6월이 가고 있다.

실험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끔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근버리기"이다.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무슨 당근 가공에 관련된 농업 관련 실험실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농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당근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당근이지'라는 말이 있다.

"당연하지!"라는 말이다.

과학을 규정할 수 있는 다양한 말이 있겠지만, 나는 과학은 간단하게 “Q & A (질문과 대답)”라고 생각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작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고 적절한 과학적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과학이다.

그렇기에 과학에서 질문이 중요하다.

여러해 동안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그 질문만들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당연하지!”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당연하다고 넘겨 버린다. 우리가 지금 가진 것들이 과연 당연한 것일까?

‘아침에 해가 뜬다!’
‘1 + 1 = 2’
‘봄이 되니 꽃이 핀다.’
‘소금은 짜다.’

모두 당연하지라는 말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사실 과학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당연하게만 치부해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의심하고 질문을 했기 때문에 천문학이 생겨났다.

‘1 + 1 = 2’를 의심했기 때문에 수학의 발전이 있었다.

‘봄이 되니 꽃이 핀다’를 의심했기 때문에 식물학과 농학이 있었다.

소금에 대한 짠맛을 연구하다가 화학이 생겨나게 됐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한번 의심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염세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당연함을 의심함으로 인해 그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조금 더 확대해 보자.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을 한번 살펴보자. 내가 사용하고 보고 있는 사물들을 우리들은 그저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많다.

‘나는 부모가 있다.’ ‘나는 전화기가 있다.’ ‘나는 자가용이 있다.’ ‘나는 집이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당연한가?

내 노력으로 얻었으니 당연한가?

사실 내가 가진 것들의 대부분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나의 노력으로 된 것도 그렇게 많지 않다.

예전에 비하면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국민학교 6년을 10리길을 걸어서 다녔다.

국민학교 시절 새마을 운동으로 지붕개량과 동네 앞의 신작로가 넓어지는 것을 보았다.

국민학교 졸업할 때쯤 버스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 이후로 걸어서 학교에 가 본일이 별로 없어 졌다.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나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연하다”고 하면 세상의 그 많던 가치와 감사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당연함을 넘어서 그 의미를 찾고 싶다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한번 의심해 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유월이 가기 전에 '가족', '대한민국', '실험실', '나의 일'에 대한 “당연하지!”라는 나의 생각을 의심해 본다.

장맛비는 계속 내리고, 7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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