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약싸움, 의약품 분류로 확전…국민건강 뒷전

- 약사회, 처방 전문약 479개 일반약 전환 요구 불지펴
- 의-약 거들던 민간단체도 편들고 나서 혼란 가중시켜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의약계가 이번엔 의약품 분류를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민간단체들까지 각기 다른 주장을 펴며 의약계의 ‘약’과의 전쟁에 뛰어들어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중이다.

이달 초 종합감기약과 해열진통제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방안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 국회 상정을 목표로 ‘약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일단 모양새는 의료계의 바람이 이뤄진 듯 보인다. 하지만 약계에서 일부 전문의약품에 대해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 의약계간 ‘약’ 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일반약 주고 전문약 받기?
대한약사회는 전문약 20개 성분 479개 품목을 일반약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약 전환을 요구한 전문약은 사후피임약 ‘노레보원’(현대약품), 비만치료제 ‘제니칼’(한국로슈), 인공눈물 ‘히아레인점안액’(태평양제약), 변비치료제 ‘듀파락시럽’(JW중외제약), 소화성궤양치료제 ‘가스터D’(동아제약), 위산과다치료제 ‘잔탁’(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오메드’(SK케미칼) 등이다.

박카스 등 48개 일반약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뺏긴 만큼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약으로 전환을 요구한 479개 품목의 매출 규모는 3278억원에 달한다.

일반약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며 슈퍼판매가 확정된 4개 제품군 10개 품목의 지난해 매출은 1026억원 수준이다.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은 “전문약 20개 성분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것”이라며 “일반약으로 전환할 성분을 추가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일반약인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맞대응에 나섰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피임률이 낮다는 점, 약사의 복약지도가 부족하다는 점, 피임에 대한 사회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경구피임약의 전문약화를 주장했다.

박노준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경구피임약의 부적절한 복용으로 부작용에 대한 진료 문의가 많다”며 “응급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 내세운 위험한 발상이며 경구용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팔 거드는 민간단체들
그동안 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를 지원해 오던 민간단체들도 엇갈린 논평을 발표하며 의약계 싸움에 한팔 거들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청와대 눈치가 아니라 국민건강을 살펴야 한다’란 성명을 통해 “졸속적인 약사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복지부를 성토했다.

건약은 “졸속적인 일반약 약국 외 판매 결정은 의약품 오남용을 통해 국민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미국 청소년 중 3100만명이 감기약 등의 약물 오남용으로 환각, 시력손상, 정신착란 등을 겪고 있으며 매년 70만명이 응급실로 실려간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정상비약 시민연대 조중근 상임공동대표는 6일 기고문을 통해 “약사회가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이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중앙약심이 이해단체들의 밥그릇 챙기기 싸움터로 전락했다”고 약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약국 외 판매 허용이 시대적 흐름인 것을 인정하고 흔쾌히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회원들에게 알리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약사법 개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즉시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기약 슈퍼판매로 촉발된 의약계 갈등이 중앙약심의 의약품 분류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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