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위기 새 불씨되나

  • 국채 수익률 급등…스페인보다 리스크 커<br/>EU, 11일 긴급회동…4400유로 EFSF 역부족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이탈리아가 그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 새로운 위기의 불씨로 떠올랐다. 재정긴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탈리아 정부 내 갈등은 긴축안 이행 능력에 대한 불신을 샀고, 지난 주말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9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미국계 헤지펀드들은 재정위기의 이탈리아 전이 가능성을 점치며, 이탈리아 국채를 공매도하기 시작했다. EU 지도부는 11일 오전 이탈리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를 구제하기에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추이(단위: %/출처: tradingeconomics.com)
◇"伊, '발등의 불'…스페인 리스크 훨씬 능가"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 2002년 이후 최고치인 5.27%를 기록했다. 지난달 이후 65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이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스페인 국채 수익률보다 40bp 낮은 것으로 양국의 국채 수익률 격차는 올 들어 절반으로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이탈리아보다 스페인이 더 위험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탈리아로 전이된 위기가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뒤따르는 3위 경제대국인 데다, 채권시장 규모도 스페인의 3배에 이른다. 향후 5년간 이탈리아 정부가 상환해야 할 만기 채무만 9000억 유로에 달한다.

◇총리-재무장관 불화…긴축안 이행 능력 불신
이탈리아 위기가 불거진 것은 무엇보다 연립정부 내에서 불거진 불협화음 탓이 크다. 특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최근 재정긴축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이 시장의 우려를 촉발시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까스로 내각을 통과한 긴축안의 이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FT는 현 상황에서 시장의 당면 관심사는 트레몬티 장관의 거취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통제하며 금융위기 동안 이탈리아 경제를 잘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트레몬티는 최근 전 보좌관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내가 무너지면 이탈리아가 무너지고,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유로존이 무너질 것"이라며 사임설을 일축했지만, 그의 사임설은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EU, 11일 긴급 회동…재원 부족 수습책 불투명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이날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1일 오전 긴급회동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에는 반롬푀이 의장,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장 클로드 융커 룩셈브르크 총리 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집행위원회(EC) 위원장,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 등이 총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이 자리에서는 이탈리아 사태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회동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그리스 사태로 이미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를 구제하기에는 EU의 여력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다.

한 익명의 ECB 고위 인사는 이날 독일 매체 디벨트에 "4400억 유로의 유럽안정기금(EFSF)은 이탈리아를 구제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FT는 스페인을 구제하는 데 3000억 유로가 쓰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데 비해 이탈리아는 적어도 3년간 6000억 유로는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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