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그리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조치 가운데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연성 확대, 채무 만기 연장, 이자율 인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로그룹이 EFSF의 활용범위와 유연성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을 거론한 것도 처음으로 이들 방안은 최종안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전날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융커 의장 등이 참석한 긴급 회동에서 그리스에 대한 선별적 디폴트를 허용하는 문제도 처음 논의됐다고 전하고 있다. 선별적 디폴트란 전체 채무 가운데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로 디폴트의 전 단계다.
FT는 유로그룹이 EFSF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4400억 유로 규모인 이 자금을 활용해 공개시장에서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대거 사들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그룹이 만기를 늦추고, 이자율을 낮출 계획인 만큼 그리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유로존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채권의 일부를 포기하게 돼 그리스에는 선별적 디폴트가 된다.
EFSF를 활용한 그리스 채권 매입 방안은 그리스 사태 초기에 논의된 바 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이 반대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대신 급부상한 방안이 은행권이 보유한 채권의 70%를 재투자(차환·롤오버)하자는 '프렌치플랜'이다. 그러나 프렌치플랜도 그리스의 '선택적 디폴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경고 속에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3500억 유로에 달하는 그리스의 채무를 대폭 줄여주자는 쪽으로 논의가 급선회하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더욱이 그리스 채권은 수익률이 급등해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EU가 재정 지원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이를 사들이면 그리스의 채무 상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앞서 유로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백억 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ECB가 그리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리스의 선별적 디폴트 허용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다. 전날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1.40달러 아래로 밀리며 지난 5월2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와 만기가 같은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300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급등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