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복숭아, 포도 등 과일은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배추와 상추 등 엽근채소(잎뿌리채소) 가격은 한달새 3배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장마'라는 일시적 요인 때문에 과일·채소값이 올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농수산물 폭등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과·수박 가격 급등…신선채소도 올라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이다.
12일 농협유통에 따르면 수박은 1만8900원(8㎏)으로 하루 사이에 무려 3000원이나 올랐다.
사과는 개당 1200원, 배는 개당 3000원 정도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생산량이 평년보다 각각 5%,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과·복숭아는 연일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나무좀과 나방류, 배의 경우는 흑석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육상황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개화기 저온 및 일조량 부족으로 평년보다 좋지 않은 편이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 햇사과 출하량(전년 동월비)이 8월 -0.5%, 9월 -24.9%로 예상되면서 서민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채소류는 배추와 상추 등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불과 2700원이었던 배추 3포기가 4900원으로 80%나 인상됐고, 대파도 ㎏당 1180원에 판매됐지만 이번주 들어 1650원으로 올랐다.
적상추·시금치·오이·애호박·가격도 지난주보다 22~50%가량 상승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적상추는 1봉에 980원에 판매됐으나 현재 22.4%가량 오른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금치도 1단에 1400원에서 1900원으로 올랐다.
특히 다다기오이는 일주일 만에 50% 오른 75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경기 평택지역의 폭우 때문에 산지를 강원도지역으로 바꿨지만 기온이 높지 않아 생육이 부진한 상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우천과 맑은 날이 반복되며 과수나 채소의 무름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대구 등 지방 근교 산지 침수피해와 충남 논산 등 중부지방의 폭우피해로 당장 이번주부터 채소류 시세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물가상승 악몽 재현하나
이처럼 과일·채소값이 오르는 것은 집중호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판단이 대세다.
지난달 하순 태풍 '메아리'로 인한 피해는 미미했지만, 그 이후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과일과 채소 작황이 나빠졌다는 것.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일의 경우, 장마로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평년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당도도 떨어지는 편"이라며 "하지만 이는 집중호우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수산물 가격 급등이 물가상승세를 주도했던 상반기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수산물 가격마저 오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다가올 추석과 맞물려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기상 악화로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요측 요인이 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집중호우의 영향이 크다"며 "장마가 끝난 이후 무더위가 지나가면 추석인 만큼, 서민 식탁물가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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