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칼날에 관가 불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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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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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환·유희석·이하늘·강정숙·김현철·박선미 기자) 공직사회가 잔뜩 찌뿌린 날씨 만큼이나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권 말기면 으레 찾아오는 '복지부동'을 넘어 갈수록 피해의식에 사로잡혀가는 공무원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명예를 '금과옥조'로 생각해 왔던 공직사회의 위상은 고사하고라도, 맘껏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마저도 감시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이 과천관가에 들이닥치면서 출·퇴근시간 체크는 기본이고, 업무를 겸한 오찬자리는 가급적 피하는 게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특히 이같은 공직사회의 '몸사리기'가 민간 기업으로까지 파고들면서 그 피해는 되레 영세 자영업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 공무원 피해의식 고조

과천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민원인들과 오찬을 겸한 업무협의를 하다가도, 점심시간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중도에 대화를 끝내고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던 당초 취지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잖아도 내년말부터 본격화될 세종시 이전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어야 하는 공무원 사회는 이래저래 우울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위원회 고위직의 금품수뢰, 국토해양부의 연찬회 파동 등이 이른바 '공직사회 기강잡기'라는 후폭풍으로 되돌아오면서 야기된 진풍경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과천청사 주변 식당가에서 국토부 어떤 직원이 누구랑 밥 먹으로 왔는지를 감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권도엽 장관이 직원들끼리도 더치페이하라고 지시한 만큼, 같은 부서 동료끼리의 식사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로 정부청사 한 서기관도 "법인카드 사용도 꼼꼼히 확인해 스트레스 받는다”며 “안그래도 고강도 업무 때문에 힘든 공무원들이 많은데 너무 처벌위주로만 접근하는 방식때문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 민간기업도 '몸사리기'…인근 상권 흔들

과천청사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7월 달력을 보여주며 한숨을 지었다. 달력에는 ‘코오롱’과 인근 은행들 예약건만 드문드문 표시돼 있었을 뿐 과천 청사 예약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김씨는 “매출의 대부분은 청사 공무원들이 올려줬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과천청사 주변에서 음식점하면 성공한다는 것도 다 옛날 말”이라고 토로했다.

옆 빌딩에서 ‘ㅅ’횟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5)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오늘 과천 청사 공무원들이 올려준 매출은 달랑 순두부 4개”라며 “식사도 이렇게 띄엄띄엄 올 뿐, 공무원들의 회식은 아예 없다”고 전했다.

세종로쪽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광화문 중앙청사 인근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여·51)는 "밤에 오는 손님같은 경우에 예전보다 오래 안 계시고 자리를 빨리 뜨는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저녁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며 "상점 주인들끼리도 매출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들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공직사회의 '몸사리기'가 이어지면서 민간기업들조차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은 최근 이건희 회장이 부적절한 업무관행에 엄벌방침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삼성 계열사의 한 부서는 최근 회식 자리를 줄였다. 부서 특성상 외부 접대 자리도 많았지만 자칫 오해를 살수 있는 일이라면 아예 꺼내지를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차,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도 왠만해서는 1차로 마무리한다. 예전에는 위스키 등 값비싼 주종을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소주와 맥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골프 약속도 크게 줄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예년 같으면 거의 매주말마다 골프장에 갔지만 지난달부터 아예 골프 약속을 잡지 않는다”며 “업무와 연관된 자리는 물론 개인적인 약속도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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