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관공서 주변 식당가 잡는 '공직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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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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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들 구내식당 몰려 매출 절반으로 ‘뚝’

13일 점심 시간을 맞은 과천정부청사 내 식당과 인근 식당가의 모습. 구내 식당은 문밖에까지 긴줄이 늘어선 반면, 인근 식당가는 텅 비어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사회 전반에 강력한 사정 작업이 몰아치고 있다. 공직 사회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비리에 대한 예외없는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공무원들이나 대기업 임직원들이 몸사리기에 나서면서, 주변 서민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이 외부인과의 식사 약속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주변 식당가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요즘 청사 주변 식당가나 술집 등에서 암행감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에 직원들간의 회식도 부담이 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밥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3일 점심 시간에 돌아본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 주변이나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구내식당은 밥을 먹기 위한 직원들이 몰려 최소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지만, 인근 식당가는 손님이 없어 텅 비어있었다.

과천 청사 인근 한 복집 사장은 “최근 매출이 한 달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안 그래도 청사이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데, 공직기강 확립도 좋지만 정부에서도 서민 경제를 생각해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들도 골프나 술자리 약속 등을 크게 줄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지난달 초 삼성테크윈의 비리 문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계열사들의 비리 척결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직원들에 대한 감사 활동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외부 접대 자리를 줄이고, 2차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도 왠만해서는 1차로 마무리한다"며 "골프 약속도 지난달부터는 아예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나 대기업의 기강 확립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서, 지난달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수출 대기업 대신 내수 중소기업 살리자며 하반기 정책 타깃으로 잡은 '내수활성화' 목표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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