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회동에서 여당 지도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권재진 청와대 정무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문제, 친서민 정책,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최대한 개인 의견 개진을 자제하면서 당 지도부의 쓴소리를 경청했다. “강해진 여당 지도부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친서민 정책 등 MB에 ‘쓴소리’
우선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동안의 일방적 당청관계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내세웠던 당청관계에서의 ‘여당우위론’을 재확인 한 것이다.
나 최고위원은 특히 “그동안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는 데 있어 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해왔다”며 “이제는 당정협의 등을 긴밀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서민 정책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홍 대표는 “자영업자 등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며 “미소금융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자제한법을 비롯해 반값아파트 등 서민정책을 여당이 주도권을 갖고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친서민정책을 좀더 국민 가슴에 와닿게 추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도부는 특히 권 수석의 법무부장관 내정설과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법무장관 인선에 대해 당내 부정적 의견이 많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사 청문회 통과가 관건”이라며 “내정되면 홍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장관내정자는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MB노믹스 등 현안 놓고 당청 ‘힘겨루기’전망
전반적으로 당 지도부가 회동을 주도한 분위기지만 언제까지 청와대가 ‘낮은 자세’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신임 지도부가 출범한 만큼 전체적으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라면서도 “그렇다고 여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한다면 이 대통령이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 다뤄지지 않은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문제를 놓고도 당청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법인세 추가감세를 철회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에 반대 입장을 표시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MB노믹스 폐기 여부는 당정청의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여당 혼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 기본적인 원칙을 벗어나서 일방적으로 경제정책의 폐기를 선언할 수도 없다”며 “만약 그렇다면 청와대 자체에서 철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지도부와 오찬장에 들어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홍 대표에게 “(오늘 노타이여서) 빨간 넥타이를 못본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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