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최고 자부심으로 꼽는 베이징~상하이를 잇는 징후(京濠) 고속철이 지난 달 30일 개통됐습니다.
그러나 운행 열흘만인 지난 10일 열차가 접속선 연결 불량으로 운행이 2시간 가량 중단된 데 이어 연이어 서너 차례 잦은 고장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해적판 신칸센’ ‘부패로 얼룩진 고속철’이라는 말까지 들리고 있죠.
오늘은 바로 중국식 성장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중국의 고속철 사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이 첫 고속철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08년입니다. 당시 베이징~텐진을 잇는 징진(京津)고속철을 처음 선보이면서 고속철 강국을 향한 자신감을 내비쳤죠.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하얼빈 등을 고속철 일일생활권으로 묶는 ‘사종사횡(四縱四橫)’ 사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종사횡은 중국대륙을 관통하는 각각 4개의 종·횡단 노선으로 총 투입비용만 3조 위안(한화 약 510조원)에 총 거리는 무려 1만600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입니다.
중국 고속철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 남부지역과 동남아시아, 인도를 연결해 고속철을 통한 거대한 중화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서남부 윈난(云南)성 쿤밍(昆明)과 미얀마 수도 양곤을 잇는 고속철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죠.
중국이 단기간에 이룬 고속철 기술에 반한 구미 선진국들도 자국 내 고속철 사업 협력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단기간 내에 휘황찬란한 성과를 이뤘던 탓일까요? 중국 고속철이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 고속철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 개통을 해도 정작 값비싼 고속철을 타려는 승객이 별로 없어 적자 운행하는 고속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속철 시공업체 선정 과정 등에서 일부 정부 관계자와 시공업체가 짜고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는 등의 부패 사건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003년부터 중국 철도부 부장을 지내며 고속철 사업을 지휘해 온 류즈쥔(劉志軍)이 부정부패 혐의로 올해 초 해임된 것이죠.
또한 중국이 그렇게 자랑하며 내세운 세계 최장 고속철인 징후 고속철 마저 개통 반 달도 안돼 벌써 네 차례 고장이 나는가 하면 일부 기차역에서 부실 시공 흔적까지 드러났습니다.
원자바오 총리가 개통식에 참석해 ‘안전제일의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은 당혹해 하며 “열차 품질과는 관계가 없으며 기상 악화로 인한 단순한 사고”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고속철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도 평론을 통해 “고속철 속도 뿐만 아니라 서비스 향상, 운영능력 제고, 안전 확보 등이 함께 수반되야 진정한 세계 최고를 실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산케이 신문’은 중국 고속철을 ‘해적판 신칸센’이라 몰아세우며 중국이 일본 신칸센 기술을 도용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죠.
그 동안 중국은 산업 발전 단계를 몇 단계씩 뛰어넘는 중국식 성장주의로 휘황찬란한 성과를 거둬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맹목적으로‘성장제일주의’를 외친 나머지 빈부격차, 부정부패, 산자이 범람 등과 같은 성장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 고속철 사업이 어쩌면 이러한 중국식 성장주의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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