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조는 당초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평이한 조사가 될 전망이었으나, 민주당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책임을 추궁, 정쟁으로 부각시키며 갈등이 심화했다.
민주당은 17일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관련, 한나라당이 증인으로 요청한 자당 현역 의원 7명 전원의 증인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전ㆍ현직 청와대 인사 등 여권 핵심인사들의 증인채택 수용을 한나라당에 촉구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물타기용으로 증인 요청한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증인으로 나갈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포함한 권력 핵심 인사들도 모두 지체 없이 증인채택 요구에 응해야 하고 청와대도 기관보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증인으로 요구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문희상·강기정·박병석·박선숙·우제창 의원 등 7명이다.
민주당은 이들의 출석을 약속하는 대신 이상득 의원과 김황식 국무총리,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권재진 민정수석과 정진석 전 정무수석·김두우 홍보수석·백용호 정책실장·이동관 언론특보·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도 증인 대상에 포함시켰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를 지목, 이번 국조를 정쟁으로 끌어올린 것은 국정과 여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비리는 현 정권과 권력 핵심인사들의 비호 아래 저질러진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국민 의혹을 분명하게 밝히는 게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며 "정무위를 통해 피해 보상 폭을 넓히는 대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은 '발끈'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조를 통해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자는 최초의 약속과는 달리 정쟁으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국조 특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국조 특위를 진행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민주당은 정쟁으로 부각시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민주당 스스로 걸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국조의 방향을 정쟁으로 돌려 선수를 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신지호 의원도 지난 14일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저축은행 자금이 한나라당 전대에 흘러갔다는 허무맹랑한 성명을 내며 국조를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근거없이 한나라당을 욕되게 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응분의 모든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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