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5-4> 후커우가 갈라놓는 사람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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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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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13억의 중국, 그 실상과 허상

도시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속에는 마치 비수처럼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후커우(戶口 주민증)없는 이들, 농민공의 소외된 삶과 비애가 투영돼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이 비록 마천루로 뒤덮인 채 국제도시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부의 불균형과 계층간의 위화감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그 영화가 얼마나 존손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대도시에는 농촌과 산간 벽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2억명이 넘는 농민공들이 살고 있다. 베이징에만 농민공 인구가 400만~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고향의 가족과 떨어져 도시 외곽과 빌딩 지하의 토굴같은 한두평 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며 고된 노동에 적은 수입으로 빈민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굶지 않는다는 것, 습기차고 차가운 바닥이지만 누울 곳이 있다는 것 조차 이들에겐 위안일 정도다. 농민공의 신분으로 도시에서 호구를 얻어 합법적인 시민으로 정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 중국 정부는 호구문제를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선전을 해대지만 제도개선과 체제개혁에 따른 비용 등의 이유때문에 후커우 문제를 해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의 하층민인 농민공들의 월보수는 지난 2006년 기준 800위안을 넘지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 해인 2008년 이들의 월 평균 보수가 1000위안을 넘었다. 공사장 건설 노동자와 도시 가정부, 판매원과 부동산 업체 직원들의 월보수는 당시 1200위안~1800위안에서 2011년 중반쯤엔 2500위안 전후까지 올랐다 하지만 인플레를 감안하면 농민공들의 삶은 별로 달라진게 없으니 수입이 늘어도 늘었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인민대학에서 서양문학 석사과정을 공부한 두명의 친구가 있다. 둘 가운데 산동성에서 온 친구 리(李)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운좋게 호구까지 얻어 어엿한 베이징 시민으로 지내고 있으나 허난(河南)성 출신의 다른 친구 궈(郭)는 직장을 제대로 못잡았고 후커우도 없다. 궈는 월 2000위안을 밑도는 보수로 ‘콰이디(快遞 퀵서비스)’회사에 취직, 매일 자전거로 고되고 위험한 퀵서비스 배송일을 하며 지낸다.

“전에는 직장이 좋고 좀 노력하면 어쩌다 후커우를 얻을 수도 있었으나 지금은 쉽지않아요. 도시가 요구하는 인재가 아니거나 재력이 없으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후커우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궈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도시 후커우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니겠냐”며 "주민증이 같다고 다 똑 같은 중국인이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콰이디보다 수입이 괜찮은 택시기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이 역시 후커우가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베이징시 등 대도시는 현지 후커우가 있는 주민에게만 택시 운전을 할수 있도로 규정하고 있지요. 베이징의 택시기사는 그래도 월수입이 대략 4000~6000위안 정도로, 농민공들에 비해선 처지가 한결 나은 편이지요. 요즘 개인택시를 하면 한달에 1만위안까지 번다고 해요”

그는 같은 중국 사람인데 후커우냐에 따라 이렇게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이 억울해서 참을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베이징의 월마트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허난 출신의 젊은 여성 왕(王)은 월 보수가 1600위안인 농민공이다. 그녀 역시 후커우가 없기 때문에 베이징 시민이면 누구든지 누릴수 있는 의료 주택 교육 등의 기본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녀는 300위안짜리 월세방에서 친구와 함께 지내는데 공동으로 내는 집세와 전기세등 200위안, 식대 600위안, 기타 생활용품 대금과 용돈 500위안을 제외하면 매월 500위안정도 저축을 한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한달 저축이 평균 200~300위안밖에 안돼요 .” 왕은 베이징에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훗날 고향에 돌아가 패션 복장 상점을 열겠다며 베이징 드림을 꿈꾸고 있지만 대부분 농민공들이 그렇듯 그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 앞에 놓인 장벽이 너무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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