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놓고 대혼란

  • 결과 발표 후 은행주 폭락세…시장 우려 진정 실패<br/>"EU 은행권, 민간 대출 익스포저가 더 심각"-WSJ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 15일 공개된 유럽 90개 은행 대상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유럽 주요국 은행의 재정불량국 익스포저
*재정불량국: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 단위: 10억 달러, 지난해 말 기준/ 출처: WSJ]
1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증시는 은행주 주도로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1.8%, 영국 FTSE100지수는 1.6% 내렸고, 독일 DAX30지수는 1.6%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장 마감 이후 발표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이날 시장을 지배했다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평가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는 등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제인 코피 로얄런던에셋매니지먼트(RLAM) 증권 부문 책임자는 "국가 부도 시나리오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테스트 결과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없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은 불만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주관한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이번 테스트의 진정한 가치는 유럽 은행권의 재무상태와 관련된 세부적인 자료를 취합했다는 데 있다고 반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 결과에는 국가별 은행 대출 현황과 함께 그 지역에서 이뤄진 상업 및 소매 대출 내역 등이 포함됐다.

WSJ는 재정불량국에 대한 유럽 은행과 채권 투자자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디폴트 상황에 처할 경우 해당국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와 함께 이번 테스트 결과가 유로존 은행들의 또 다른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의 정부 부문 익스포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대출 부문의 익스포저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알레스터 라이언 UBS 투자전략가는 "국가 채무 익스포저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일부 은행들의 소매 대출 규모는 걱정된다"고 밝혔다.

일례로 재정불량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스페인, 이탈리아 은행 다음으로 큰 것으로 나타난 프랑스의 4대 은행은 스페인에서만 민간에 빌려준 자금이 510억 유로로 집계돼 스페인 국채 익스포저인 150억 유로를 크게 웃돌았다. 즉, 이들 은행은 국채보다는 민간 대출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BPCE그룹 등 프랑스 4대 은행이 그리스에서 내준 민간 대출 규모는 330억 유로로 역시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 규모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한 독일 은행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도이체방크는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약 800억 유로의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750억 유로는 스페인에서 이뤄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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