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 인수를 총괄하고 이종철(사진) STX그룹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방법에 대해 묻자 "매각 가능한 우량 자산을 처분해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비상장사인 STX에너지, STX중공업이 유력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STX에너지와 STX중공업의 순자산 가치가 각각 3398억원·291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TX가 구주 매각을 병행한 방식으로 이들에 대한 '상장 전 자금유치'(Pre-IPO)를 실시할 경우, 수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STX에너지의 지분은 현재 ㈜STX가 47.4%, STX조선해양이 17.6%을 보유하고 있다. STX에너지의 자사주 28.5%까지 포함하면 내부 지분율은 93.5%에 달한다. STX중공업도 STX조선이 94.0%, STX엔진 5.8%, STX복지재단 0.2% 등 그룹 내부에서 100%를 갖고 있다.
STX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동 국부 펀드에 대해서는 "조만간 실체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인수자금 비율은 50대50이라는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어떤 경우에도 경영권은 STX가 갖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하이닉스 인수 금액은 대략 2조5000억∼3조원 수준이다. 따라서 STX그룹은 중동에서 1조 3000억원, 현금성 자산 및 해외자산 매각 등을 통해 나머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종철 부회장은 이어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중동 국부 펀드와는 풋옵션을 포함한 이면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부 당국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부회장은 인수 후 투입될 막대한 투자금 조달방법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기본적인 인수자금은 해당 기업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맞다"며 "인수 후 하이닉스가 필요한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 가격과 함께 중요한 기준인 시너지 효과에서 SK텔레콤이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SK텔레콤이 사업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는 분명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반도체는 장치산업이라 경기 변동에 따라 시황 편차가 심하다"며 "STX는 시황에 민감한 산업인 조선·해운 중심의 기업이기때문에 시황을 예측하는 것은 어느 기업보다 자신이 있다. 외형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조선·해운업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SK텔레콤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종철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강덕수 STX 회장의 말을 인용,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서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강 회장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실무진에게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그룹의 명운까지 걸면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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