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19일(현지시간) "의회가 한국 등과의 FTA 이행법안을 8월 중 처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주 빠른 시일 내에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고 덧붙였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백악관이 '8월 휴회 전 반드시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데일리는 지난 14일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미 재계회의 만찬'에서 "8월 의회 휴회 이전 의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 기업들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의회를 압박했었다.
백악관의 입장 변화는 미국 최대의 정국 현안인 의회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미 FTA 처리의 걸림돌인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 처리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 상원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재정적자 협상에 전력을 쏟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당초 한·미 FTA 이행법안에 TAA 연장안을 연결한 패키지 법안을 제출해 상원 공화당내 이탈표를 고려한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부터 의회 처리 절차를 둘러싼 공화당과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FTA 이행법안 제출을 미루라고 백악관에 요청해왔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상원내 합의를 기대하며 이행법안 제출시점을 저울질해왔다.
그렇지만 이 합의를 위한 노력도 사상 첫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둘러싼 재정적자 협상이라는 더 큰 '파고'에 휩쓸려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마저도 지난 주말 TAA 이견해소를 위한 공화당과의 협상에 정치력을 쏟거나,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돌파할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장은 재정적자 감축협상을 타결짓고 한숨을 돌린 후, 한·미 FTA는 가을로 넘기자는 쪽으로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가 가을로 넘어 갈 경우 2012년 미 대선 정국과 맞물려 비준동의안 처리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공화당이 한·미 FTA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비준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