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애플 이사회의 몇몇이 최근 잡스의 CEO 승계 문제를 논의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이번 논의가 잡스의 후임으로 새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두고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공식적인 검토 수준의 논의로 여기에 참여한 이들이 잡스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잡스는 "시시한 얘기"라며 일축했고, 애플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400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잡스의 거취는 애플에 한동안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 주가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1997년 9월 주가는 5.48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지 하루 뒤인 2007년 1월 8일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애플 주가는 4배나 올랐다.
그런 만큼 잡스의 부재는 애플 주가에 치명적이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질 때마다 휘청인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 2008년 6월 잡스가 유난히 수척해진 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애플 주가는 하룻새 4달러 이상 빠졌고, 6주 후 뉴욕타임스(NYT)가 그의 건강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자 주가는 다시 2.7% 치솟았다.
또 2009년 1월 잡스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주가는 5달러 가까이 추락했다. 장 중 한때 증발했던 시가총액만 4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1월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병가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애플 주가는 3% 가까이 급락했고,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가 사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야누스캐피털그룹, 웰링턴매니지먼트 등의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올 들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의 비중을 크게 낮췄다.
WSJ는 잡스가 애플과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후계문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잡스의 CEO 승계 계획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WSJ는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이 CEO 승계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기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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