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미디어왕국' 누가 무너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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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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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P "뉴욕타임스-가디안 공조로 '전화 해킹' 터뜨려"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꿈꾸던 '미디어 왕국'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 '뉴스오드더월드'의 전화 도청 사건을 터뜨린 주역이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두 회사의 공조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이 앵글로-아메리칸의 협조가 없었으면 이번 루퍼트 머독의 뉴스오브더월드 도청 사건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이번 이슈를 놓고 공조를 시작한 것은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초 가디언의 알랜 루스브리저 편집국장이 NYT의 빌 켈러 편집국장에게 '속상한' 전화를 하면서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또는 공조해서 이번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가디언의 루스브리저가 NYT의 켈러에게 "2007년 사실상 수사가 종료된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 사건을 심층 취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고, 켈러는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연루된 이 사건은 충분한 취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루스브리저는 당시 "대서양을 건너 머독과 회사를 취재하려 했지만 '모든 게 종료됐다'며 추가 정보를 주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영국 정부가 '경찰이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에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협조하지 않아 취재가 교착 상태였다"고 밝혔다.

NYT는 미국 독자들을 위해 머독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이번 사건을 취재함이 맞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는 적중했다. 켈러는 "머독이 보유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YT와 다르게) 보수적인 기사를 실어 왔고, 또 최근에 NYT와 경쟁하기 위해 뉴욕판을 내기 시작한 것에 대한 회사간 싸움은 절대 아니었다"고 WP에 설명했다.

이어 NYT는 퓰리처상을 받은 세 명의 기자를 영국에 파견해 몇 달 동안 취재를 시켰고, 결국 지난해 9월 NYT 매거진에 기사를 쓰게 됐다. 이 기사에서 NYT는 뉴스오드더월드의 전 편집국장 앤디 쿨슨이 사건에 연루돼 있고, 런던 경찰청이 도청 증거가 있음에도 사건을 조기 종결했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NYT의 보도는 바다 건너 영국의 경찰과 언론을 다시 흥분시켰고, 결국 쿨슨이 지난 1월 사표를 쓰게 만들었다. 영국의 다른 언론들이 대거 뉴스오브더월드 등 머독의 조직에 타격을 입하는 글을 쏟아 냈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이달 초 가디언의 보도에서 나왔다. 가디언이 뉴스오브더월드가 심지어는 유괴돼 살해당한 13세 소녀의 전화도 도청했다고 보도하면서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강한 분노를 발생시켰다.

WP는 "가디언과 NYT의 본격적인 공조는 위키리크스가 대규모 비밀 자료를 공해하면서 NYT의 논조를 문제삼아 자료 원본을 주지 않으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NYT가 얻지 못한 자료를 제공해 기사를 쓰게 도와주었다.

켈러는 "두 회사는 서로 협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독립적으로 일해왔다"며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면 글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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