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정상 7시간 마라톤 협상…공통안 마련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전날 밤부터 7시간에 걸쳐 논의한 끝에 입장차를 좁혔다고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논의하기 위한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 개최 전 양국간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구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독일 총리실의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이날 "양국 정상이 공통 입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리스 추가 지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극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합의 불가를 선언했던 메르켈 총리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자이베르트는 "이번 회담에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상임의장도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전일 만찬과 함께 회담을 가졌으며 트리셰 총재와 반 롬푀이 의장은 뒤늦게 논의에 가담했다.
◇은행세·국채 스와프·환매 등 논의
이번 회담에서 논의한 그리스 2차 지원안에는 71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500억 유로 규모의 세금 징수 등이 포함됐다. 또 민간 채권단이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를 새로 발행하는 30년 만기 국채로 교환(스와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 같은 은행세 수입을 35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채권의 20%를 조기에 되사는 환매(buyback)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이번 양국 간 회의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논의가 이뤄졌다.
유로존 은행들에게 은행세를 과세한 뒤 이 재원을 그리스 국채 조기 환매에 투입해 35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채무중 일부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채무는 스와프를 통해 900억 유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호세 마뉴엘 바호주 EC 위원장은 21일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지원에 적절한 대응조치가 합의되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글로벌 경제에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누구도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대응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부정적 결과는 유럽을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EC 위원들은 바호주 위원장이 44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이는 그리스와 같은 유로존 재정불량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 관계자들 "'은행세 부담'에 무게 실려"
은행 고위관계자들은 그리스 구제금융 최종안에 은행세와 스와프 중 한 가지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은행세 부과를 통해 그리스 채권을 환매하게 되면 민간 채권자들이 그리스 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면서도 기존 채권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 고위관계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프랑스가 제안한 은행세에 따른 지원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이는 그리스 채권을 디폴트로 몰아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C 위원들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들에 자산의 0.0025%에 해당하는 은행세를 부과하면 향후 5년 동안 100억 유로의 자금이 마련된다. 이 자금은 EFSF의 구제금융기금에 포함돼 그리스의 채권 조기 환매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반해 30년 만기 국채로 교환하는 채권 스와프 방식의 경우 기존 채권의 계약 조건을 변경한다는 점에서 디폴트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프랑스는 채권 스와프가 그리스의 일시적 디폴트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ECB는 '선별적 디폴트' 마저도 유로존의 채권 시장에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EC 위원들은 그리스 국채를 스와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면 그리스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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