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르코지는 이제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25일자 최신호에서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프랑스가 유럽 재정위기의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프랑스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달한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국채 수익률이 치솟을 수 있다"며 "사르코지는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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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수익률(단위: %/출처: tradingeconomics.com) |
◇GDP 대비 재정적자 7%…伊보다 높아
독일에 이어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미적거리기로 역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프랑스는 지난 10년간 독일과 달리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지 않았고, 임금에 제한을 가하지도 않았다. 지방정부의 씀씀이도 중앙정부에 못지 않게 컸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1조6000억 유로(2조3000억 달러)로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7%로 독일의 두 배에 달했고, 최근 재정위기 전이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이탈리아보다 높았다. 이미 구제금융에 의지하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외에는 스페인과 슬로바키아만 비율이 더 낮았다.
프랑스 정부는 올 들어 이미 지난해 GDP의 56%를 지출했다. GDP 대비로는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사르코지는 오는 2013년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발레리 페크레스 프랑스 예산장관은 지난 17일 "사르코지가 그간의 입장을 바꿔 세금도 올릴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세수를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사회당도 내년 대선을 통해 집권하면 재정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프랑수와 홀란드도 "지체 없이 재정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금인상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계획은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한다. 기업에 부담을 줘 고용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 사상 최대 전망
올해 프랑스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 자문 경제 컨설팅업체인 코렉시코드에 따르면 유럽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지난해 15.6%였지만,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12.5%로 축소됐다.
미셸 마르티네즈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 4~5월 70억 유로로 과거 어느 때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의 수출 규모가 금융위기 전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경쟁국인 독일은 지난해 GDP의 5.3%에 상당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항공우주·화학·제약·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승승장구해온 프랑스 기업들이 최근 수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들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동유럽 및 동아시아지역 기업들과 고객을 다투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에릭 체이니 악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는 경쟁력 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며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달리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익은 쪼그라들고, 세금도 적게 내게 돼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 떄문"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최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크게 뛴 것은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경제의 취약성을 감지하고 반응한 결과"라며 "이탈리아 사태가 프랑스로 옮겨붙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럽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독일 국채와 만기가 같은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지난 13일 71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60선을 맴돌고 있다. 수치가 클 수록 프랑스 국채의 부도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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