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 과점 심각, 투자자보다 계열사 먼저

  • 판매 경로 다양화…“소비자선택권 보호해야”

은행과 증권사 등 대형 펀드 판매사들이 판매시장에서의 독과점적인 우월적 지위를 이용, 고객의 이익보다 자사 이익을 위해 계열사 펀드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는 이런 계열사 몰아주기 펀드판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과 업계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의 하나로 은행과 증권사의 펀드 과점구조와 불완전 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이면서도 전문적인 펀드 투자를 도울 수 있는 독립판매인(IFA)과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은행의 방카슈랑스처럼 펀드 판매사의 특정 상품 판매 비율을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다.

◇금융지주.그룹사, 투자자 선택권 ‘희생’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펀드 판매사는 내부에 상품선전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이 위원회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판매할 펀드를 채택한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나 그룹사는 이익극대화가 우선이다.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비계열사 펀드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비열계사 펀드가 선정되더라도 실제 영업점에서는 계열사 펀드 위주로 판매한다. 투자자들은 영업점 직원이 추천하는 펀드를 대체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기관들은 ‘굳이 남 좋을 일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으로 계열사 펀드 팔아주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주회사의 수익 극대화와 ‘시너지 효과’라는 명분과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판매사가 투자자의 이익보다 계열사 이익과 수수료 수익에 더 무게를 두면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게 문제다.

은행과 증권사 위주의 과점적 판매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판매사들은 굳이 서비스와 가격 경쟁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 비중이 높은 적립식 투자상품의 은행(68.15%)과 증권사(30.50%) 판매비율은 지난 5월말 현재 98.65%에 달했다.

각종 수수료를 합한 판매보수가 최근 내렸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펀드 판매보수는 2007년 말 1.999%에서 2008년 말 2.004%로 올랐다가 올해 5월 말에는 1.708%로 내려갔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는 홈페이지에 판매회사별로 계열 자산운용사 판매 비중을 공시하는 방법으로 간접 제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판매 경로 다양화해야...투자자문서비스 활성화도 금융그룹의 펀드 판매 몰아주기 병폐를 없애려면 펀드의 판매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 펀드 판매사는 증권사 45곳, 은행 18곳, 보험사 10곳, 자산운용사 직접판매 14곳, 선물회사(NH투자선물), 종금사(금호종금) 등이다.

신협, 농·수협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펀드 판매 범위가 확대됐지만 아직까지 인가된 사례는 없다.

일반법인이 펀드슈퍼마켓, 온라인판매몰 등 새로운 형태의 판매사를 만들 수 있지만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관행에 밀려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외국은 판매 경로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은행·증권사 등 종합서비스 채널 외에도 펀드슈퍼마켓, 온라인 판매 등의 단순중개서비스 채널을 통해 펀드 판매가 가능하다.

또 펀드 투자자문서비스를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투자자문업은 법인만 할 수 있다.

이런 과점적 판매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독립판매인(IFA) 제도 도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계열사 펀드를 많이 팔아주는 구조를 깨려면 외부 충격이 필요하다”며 “채널 시장의 경쟁을 이끌기 위해 이해 관계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투자자문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 점포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처럼 판매 비율을 규제하자는 제안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이 시너지나 교차판매 등의 용어로 현혹하고 있지만 결국 자기끼리 일감을 몰아주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방카슈랑스처럼 판매 비율을 규제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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