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사상 최악 테러…용의자는 누구?

  • 메르켈 "증오가 범행 동기"…"모두 맞서 싸워야"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노르웨이 정부 청사와 집권 노동당 행사장 등지에서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최소 92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치는 최악의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실종자가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98명에 이를 수 있다고 23일 밝혔다.

노르웨이 경찰 대변인 로저 안드레센은 이날 기자들에게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들에 비춰보면 그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이며 정치적 성향은 '우익'에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에니눙 스폰헤임 경찰서장은 현지 공영방송 NRK에 용의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들은 "그가 극우, 반(反)이슬람 시각의 정치적 성향이 다소간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언론매체들은 브레이빅이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농산물 재배업체 사장이라고 보도했다.

아프텐포스텐과 VG 등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온라인 게임과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금발의 젊은이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2009년 채소 등을 재배하는 업체 '지오팜'을 설립해 운영해온 브레이빅은 10여년 전 가벼운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것 외엔 별다른 범죄 경력이 없다. 사격클럽에 총기를 몇 정 등록하긴 했으나 아직까진 범죄단체나 극우단체와의 연계도 드러난 바 없다.

브레이빅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수도 오슬로 아파트의 주민들은 그를 내성적이지만 평범한 기독교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이슬람과 노르웨이 정치현실에 매우 비판적인 우파 민족주의자다. 비밀 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 회원이라는 설도 있다.

그는 온라인에서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하고 다문화주의에 강력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문화주의는 이슬람권 이민자 등 종교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잘 어울려 사는 것을 뜻한다.

그는 또 이슬람 비판 성향의 뉴스와 논평들을 다루는 노르웨이 국내 사이트인 '도쿠멘트(Document.no)'에 많은 글을 썼는데 "언론이 이슬람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게시물에서 그는 "오늘날의 정치는 더이상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구도가 아니라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간의 싸움"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민족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갑자기 교외로 거처를 옮긴 그는 사건 발생 6일 전 개설한 트위터 계정에 범행을 결심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남겼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가 남긴 문제의 메시지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이익만 좇는 10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었다.

그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윈스턴 처칠과 클래식 음악과 막스 마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막스 마누스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한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영웅이다.

브레이빅은 지난 1997~2007년 진보당 청년조직 회원으로, 2004~2006년에는 진보당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쇄 테러의 범인이 극우 민족주의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우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 기자들에게 아직 범행의 배경이 아직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증오,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 외국인처럼 다르게 보이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범행 동기"라면서 "증오는 우리 공동의 적"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유, 존중, 평화공존을 믿는 우리는 이런 중오에 모두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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