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살리려다…"外企에 시장 다 내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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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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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 살리려다…"外企에 시장 다 내줄라"

(아주경제 총괄뉴스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품목 중 일부는 국내 중소업계의 기반이 약해 대기업이 시장에서 완전히 빠지면 해외 다국적 기업에 시장을 거의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가 외국계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에서 앞선 이들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중소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인수합병되는 등 정부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품목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품목인 디지털 도어록은 삼성 계열의 서울통신기술과 스웨덴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인 아사 아블로이(Assa Abloy)가 연간 1100억원대(B2B 500억원, B2C 600억원)인 국내 시장을 양분해 점유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140여개 자회사를 보유한 아사 아블로이의 연간 매출은 6조원 가량으로, 2007년 9월 국내 업체인 아이레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국내 시장은 서울통신기술(브랜드 이지온)이 35%, 아이레보(게이트맨)가 32%로 두 업체가 ⅔를 점유하고 중소기업인 밀레스틱(밀레)이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시장을 10여개 중소기업이 나눠갖고 있다.

아사 아블로이는 아이레보에 이어 2008년 최대 방화문 업체인 제일인더스트리, 2010년 삼화정밀 및 협성금속을 인수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외국에서는 아직 광범위하게 보급되지 않아 지난해 7월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서 국내 표준인 KS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디지털 도어록은 아이레보가 소속된 협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신청을 했다.

서울통신기술 관계자는 "외국은 우리처럼 문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현지화 기술을 개발하면서 공략해야 한다"며 "모처럼 KS가 국제표준이 된 품목의 내수 시장을 외국계 기업에 대부분 잠식당하고 해외에서도 주도권을 내줄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친환경 절전 가전으로 각광받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각 대기업이 앞다퉈 미래 먹을거리로 정한 가운데 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 간, 또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분야다.

국내 시장을 선점한 필립스, GE, 오스람 등 글로벌 기업과 시장에 발을 막 디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대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서로 기술 침해를 주장하며 맞소송전을 펴고 있다.

오스람 특허를 보유한 지멘스가 6월 삼성·LG를 상대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자 삼성LED도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섰고, LG전자·LG이노텍[011070]은 추가로 한국무역위원회에 오스람 제품의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이 품목이 고유 영역이라며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 신청을 해놨고, 대기업은 중소업계가 독자 칩 기술 등을 축적하지 못한 채 외국에서 핵심 부품을 들여와 조립 납품하는 수준이어서 대기업이 손을 떼면 국내 시장은 외국기업이 접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데스크톱PC 품목에 대해서도 "대기업 시장 점유율은 33.3%이고 외국기업은 9% 안팎인데, 이는 대기업이 AS와 브랜드 신뢰도에서 외국 업체를 견제하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면 상당수 소비자는 중소기업 제품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해외 기업 제품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TV 등 연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지고 대기업 협력사의 경영도 불안해지는 만큼 기술 지원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확대 등 다른 방안을 찾는 게 적절하다고 전경련은 제안했다.

전경련은 유리식기, 재생타이어 등도 대기업을 배제하면 브랜드 파워와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글로벌 기업에 시장을 대부분 내줄 공산이 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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