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 경제가 고전하고 있는 사이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세에 시동을 걸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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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美 기업 평균 주당순이익(EPS) 추이(왼쪽/단위: 달러)-美 일자리수 변화(2008년=0 기준/단위: 100만명/출처:WSJ) |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기업들의 3분의 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허니웰인터내셔널, 캐터필러, 애보트래버러토리 등 제조업에서 제약업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기업들은 올 하반기 실적 목표치도 두루 높여잡았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해외시장에서 거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신흥시장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미 경제에는 득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특히 침체된 고용시장에 활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지난 2분기 해외 매출은 13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인도와 중국이 각각 91%, 35% 느는 등 해외 전 부문이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안방시장 매출은 3.4% 줄었고, GE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늘어났다.
그 사이 미 고용시장은 기업들에게 찬밥으로 전락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290만명을 감원하면서 해외에서는 240만명을 새로 채용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2110만명을 고용했고, 해외에서는 1030만명을 채용했다.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위기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와 자재비 등 비용마저 치솟자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기업 인수합병(M&A) 외에는 마땅한 현금 투자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GE는 2분기에 창출한 44억 달러 등 91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33억 달러를 금융위기 때 버크셔해서웨이에 발행해준 우선주를 되찾는 데 쓸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중장비 메이커인 캐터필러는 지난주 내년 6월 말까지 현재 인력의 15%인 1만7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6000명은 미국에서 뽑겠다고 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해외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다른 결과다. 캐터필러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채굴장비의 90%가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캐터필러 전체 매출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나 남미(34%)와 아시아태평양지역(41%)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캐터필러는 최근 실적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재정감축 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낙후된 기반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 대책의 부재가 향후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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