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론스타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빌미

(송계신 금융부국장) 어느 날 왕이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를 불러 소원을 물었다.

그러자 장수는 “저에게 조그만 땅을 주시면 그곳에 집을 짓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왕은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집의 크기를 알 수 없으니 해가 지기 전까지 그대가 뛰어간 만큼의 땅을 주겠다.”

장수는 궁궐을 나오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더 이상 뛸 수 없었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의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앞쪽으로 내던지며 외쳤다. “저 지팡이가 떨어진 데까지 내 땅이다.” 그러면서 그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왕은 쓰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쯧쯧, 결국은 한 평 땅에 묻힐 거면서...”

최근 론스타가 고액 배당을 통해 거액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보면서 소설가 이용범씨의 글이 떠올랐다.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라는 주제의 이 글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장수는 탐욕을 억제하지 못한 채 끝없는 욕심을 부리다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장수가 원래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왕이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탐욕에 빠지게 만든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억제 못하는 욕심을 쫓다 죽음을 맞은 장수와 왕의 얘기는 ‘론스타와 금융당국’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론스타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며 ‘탐욕의 수렁’에 떨어지도록 기회를 준 장본인은 결국 금융당국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지난 1일 분기 중간배당으로 5000억원 가까운 사상 최대 배당금을 받아갔다. 지난해 전체 배당금보다 1500억원이나 많다.

현대건설 매각차익을 배당금 명목으로 빼간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배당과 지분 매각 등으로 가져간 돈은 모두 2조9000억원에 이른다. 투자원금 2조1500억원보다 7500억원을 더 가져갔다.

외환은행 매각이 늦어지자 론스타가 본격적으로 배당을 통해 이익을 빼가는 탐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론스타는 앞으로 하이닉스 매각을 비롯해 특별이익이 날 때마다 배당금으로 빼갈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을 매각하면 이 돈도 챙길 것이다.

론스타의 탐욕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뤘을 때부터 예견됐다.

금융당국이 미적거리며 외환은행 매각을 결론내지 않은 것이 오히려 국가적 손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 21일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를 법정구속했다.

유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도 유죄를 받게 될 것이다.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론스타의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졌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국가 재산을 지키는 차원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