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비판론과 과도한 낙관론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음이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하려면 일정한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와,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원칙없이’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함께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화를 전혀 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갈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원칙을 포기하면서 대화에 매달릴 수도 없다”고 풀이했다. ‘원칙’과 ‘대화’는 서로 선순환하는 구조이며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석도 달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한 쏠림현상이 있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큰 틀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대북 접근기조가 ‘전략적 유연성’을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 분석이다.
미ㆍ중을 주축으로 큰 틀의 대화국면으로 이동 중인 한반도 정세흐름에 순응하면서도 기존의 원칙있는 대북 접근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이 ‘진정성있는’ 태도변화를 보이도록 견인해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일차적으로 대화국면 재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낮추려는 ‘대내용 메시지’의 성격이 강해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 없는 대북정책 전환을 경계하는 국내 보수층에게는 ‘원칙’을 강조하고,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하는 국내 진보층에게는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현 정부로서는 남북 비핵화 회담 이후 MB 대북정책 기조가 ‘원칙없이’ 전환되는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갇히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남북관계 맥락에서는 반드시 짚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흐름이 6자회담 재개 쪽으로 급격한 힘이 쏠리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원칙있는 대화’가 어떤 형태의 외교적 대응기조로 투영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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