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은 미 정치권이 시한인 8월2일까지 부채협상을 마무리짓더라도 대규모 재정감축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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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O지수(왼쪽부터)-캐나다 S&PTSX종합지수-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WSJ) |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받는 충격이 제한되는 것은 등급 강등이 한동안 예고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신용등급의 변화보다는 경제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도 주장한다.
1998년 11월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떨어뜨렸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등급 조정 당일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0.7% 급락했고, 3개월 뒤에는 등급 강등 이전에 비해 1.1% 올랐다. 그러나 6개월 뒤에는 다시 2.7% 추락하는 등 엔화값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주식·채권시장은 침착하게 반응했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린 뒤 1개월간 닛케이지수는 2%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도 1%대를 맴돌았다. 2001년 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을 때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1주일간 0.24%포인트 떨어지기까지 했다.
배리 크냅 바클레이스캐피털 투자전략가는 "신용등급 강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적 요인들"이라며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을 때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막 벗어나려던 참이었음을 상기시켰다.
1992년 10월 S&P, 1995년 4월 무디스가 각각 'AAA'였던 캐나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을 때도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다만 1995년 4월부터 4개월간 미국과 캐나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1.30%포인트에서 1.88%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같은해 11월에는 스프레드가 완전히 해소됐다. 캐나다 정부가 강도 높은 재정개혁안을 내놓으며 시장을 안심시킨 결과다.
S&P와 무디스가 1986년 9월 호주의 트리플A 등급을 박탈했을 때는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화 가치가 12.6%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는 2000년대 들어서야 간신히 트리플A 등급을 되찾을 수 있었다. 1996~2007년 호주의 재무장관을 지낸 피터 코스텔로는 "트리플A 등급은 한번 잃으면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최고 등급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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