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시장 충격은?

  • WSJ, 일본·캐나다·호주 사례 충격 제한적<br/>"신용등급 강등보다 경제 여건이 더 중요"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이 임박하면서 불확실성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트리플A(AAA)'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 후폭풍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미 정치권이 시한인 8월2일까지 부채협상을 마무리짓더라도 대규모 재정감축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 AO지수(왼쪽부터)-캐나다 S&PTSX종합지수-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WSJ)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1980~90년대 트리플A 등급을 잃었던 호주, 캐나다, 일본의 경우 대개 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다가 일부의 경우는 떨어졌고, 증시도 잠시 휘청였다가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환율은 변동폭이 컸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받는 충격이 제한되는 것은 등급 강등이 한동안 예고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신용등급의 변화보다는 경제 여건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도 주장한다.

1998년 11월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떨어뜨렸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등급 조정 당일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0.7% 급락했고, 3개월 뒤에는 등급 강등 이전에 비해 1.1% 올랐다. 그러나 6개월 뒤에는 다시 2.7% 추락하는 등 엔화값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반면 주식·채권시장은 침착하게 반응했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린 뒤 1개월간 닛케이지수는 2%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도 1%대를 맴돌았다. 2001년 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을 때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1주일간 0.24%포인트 떨어지기까지 했다.

배리 크냅 바클레이스캐피털 투자전략가는 "신용등급 강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적 요인들"이라며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을 때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막 벗어나려던 참이었음을 상기시켰다.

1992년 10월 S&P, 1995년 4월 무디스가 각각 'AAA'였던 캐나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을 때도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다만 1995년 4월부터 4개월간 미국과 캐나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1.30%포인트에서 1.88%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같은해 11월에는 스프레드가 완전히 해소됐다. 캐나다 정부가 강도 높은 재정개혁안을 내놓으며 시장을 안심시킨 결과다.

S&P와 무디스가 1986년 9월 호주의 트리플A 등급을 박탈했을 때는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화 가치가 12.6%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는 2000년대 들어서야 간신히 트리플A 등급을 되찾을 수 있었다. 1996~2007년 호주의 재무장관을 지낸 피터 코스텔로는 "트리플A 등급은 한번 잃으면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최고 등급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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